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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와 도핑 테스트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1.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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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축구 신동 디에고 마라도나를 기억하는가?
펠레 이후 가장 뛰어난 선수로 평가 받았던 그는 자국 리그는 물론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명문팀에서 미드필더로써 무수한 대회를 휩쓸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1994년 미국월드컵은 축구 신동을 그라운드에서 영원히 떠나게 만들었다. 마라도나는 경기 전 도핑 테스트 결과 약물 복용 혐의로 월드컵 무대에서 영구 제명되고 말았다.


마라도나는 월드컵 이전에도 코카인 복용으로 15개월간 선수생활 정지 처분을 받은 과거가 있다.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심리적인 압박에서 비롯된다. 특히 과거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스타플레이어일수록 새롭게 떠오르는 신예들과 비교되는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크게 느낄 수 밖에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선수들의 약물 복용은 언제나 심각한 문제로 거론된다. 성적 지상주의와 상업주의 빠진 선수들은 약물에 기대어, 홈런과 방어율 기록을 갈아치우며 자신의 양심을 너무도 쉽게 팔아 넘겼다. 마이너리그에서 함께 고생하던 동료 선수들이 약물을 복용하고 일약 스타가 되고,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것을 바라보는 선수들은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약물에 손을 대는 우를 범하게 된 것이다.


약물 파동이 스포츠계에서 항상 문제시되고 있는 이 즈음, 이번에는 사이버 공간에서도 그 진동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얼마 전 독일의 한 회사에서 e스포츠 프로게이머들을 위한 약품이 개발됐다. ‘Fps브레인’이라는 이 약품은 뇌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 시판 가격은 60캡슐에 19.90유로(우리돈으로 환산하면 28000원 정도)란다.   
이 회사는 제품의 공식 사이트에 ‘Fps브레인’의 홍보를 위해 e스포츠가 가장 활성화된 한국의 프로게임 리그를 언급하고 있다.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들이 즐비한 한국의 e스포츠 산업을 집중 소개하며, 향후 이 약품은 e스포츠 산업의 발전과 함께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폐해는 철저히 감춘 채, 핑크빛 미래만을 언급하고 있는 느낌이다.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개발된 이 신약은 신경의 반응을 더욱 촉진시켜 인간의 반사 신경과 지각 능력, 집중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신약 전문가들에 의해 기획되어 수 차례에 걸친 임상 실험과 실제 프로게이머들의 복용 전후 테스트를 통해서 그 효능을 검증하기도 했단다. 경기 1시간 전에 복용하면, 최대 6시간동안 효능이 지속된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인체에 무해하고 신약 전문가들에 의해 개발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곳은 제약회사가 아닌 컴퓨터 관련 회사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미국에서도 시판 중인 이 약품에 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소개하고 있는 것도 가관이다.  토론토에 사는 크레익이라는 게이머는 “이 약을 먹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순식간에 게임에 집중하기가 쉬워지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키보드를 누르는 내 손가락의 반응도 더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뉴욕의 스티븐 씨는 “처음에는 이 약의 효능을 의심했지만, 먹고 난 후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명확하게 몸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보통 때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이상으로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e스포츠의 발전에 편승한 상술인지, 아니면 실제로 효능이 있는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종류의 비슷한 효능을 가진 약품들이 계속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약품의 개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결국 게이머의 몸에 과도한 무리를 주는 제품이 나올 가능성도 농후하다.


필자만의 기우일까. 이러다가 몇 년 후에는 e스포츠 경기 전에 프로게이머들에게 사전 도핑 테스트를 하는 해프닝이 벌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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