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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야 뜬다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2.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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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원류가 된 놀이는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인간은 고대 원시시대부터 놀이를 해왔다고 알려지고 있다. 당시의 생활은 공동 노동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삶 자체가 놀이가 된 셈이다. 힘든 노동의 피로감, 인간 관계의 갈등, 자연에 대한 공포를 해소하는 역할을 놀이가 대신해 왔다.


물건을 이용한 놀이, 몸으로 하는 놀이는 현대에 들어와 전자 게임으로 발전됐다. 그러나 수십년전 또는 수백년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놀이는 전자 게임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서도 '인간의 흥미를 여전히 자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어느 곳에 가더라도, 가위바위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 것이다. 이 놀이가 언제 어디서 유래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그나마 유력하다. 손으로 하는 놀이의 대표로써, 당시에는 손으로 1부터 5까지를 표현해 두사람의 숫자의 합을 맞추는 방식이었단다. 이후에 보다 발전된 형태로 가위, 바위, 보가 서로 물고물리는 절묘한 구도의 놀이로 변형됐다. 이 놀이는 실제로 많은 게임에서 세력의 밸런스를 설계할 때, 채용됐으며 실제로 '야큐켄'이나 '무시킹' 등의 게임에서는 가위바위보 놀이가 있는 그대로 사용되기도 했다. 혹자는 인간이 만들어낸 놀이 중 가장 직관적이며, 흥미롭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행성 게임으로 분류되어 있는 '빠찡코'도 알고 보면 그 유래가 꽤 깊다. 그 발상지는 미국으로, 당시에는 '바가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다. 1920년대 핀란드와 일본에 수입됐고, 각각 '포튜너'와 '코린토'라고 명명됐다. 형태는 비스듬한 경사의 네모난 나무상자에 못이 박혀있어 구슬의 이동을 랜덤하게 바꿔주는 방식으로 지금의 '빠찡코'와 동일하다. 도박성이 가미되지 않았더라도 구슬이 어느 방향으로 갈 지를 지켜보는 그 긴장감은 어떤 게임과도 비할 수 없다. 


한국 국민의 2/3가 즐긴다는 대표적인 놀이 '화투'도 그 유래가 깊다. 1500년대 포르투갈 상인들이 일본에 왔을 때, 모여서 즐기던 카르타 딱지놀이를 일본인들이 흉내내서 만든 것이 화투의 시초이다. 정작 화투의 발상지가 된 일본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대신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놀이법으로 진화되어 남녀노소는 물론, 온라인게임으로도 등장해 가장 인기있는 놀이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수조에 금붕어를 넣어두고, 물고기를 낚는 놀이가 시장 등의 노점에서 꽤 오래 전부터 유행했다. 지금도 전국 대회가 존재할 정도로 모든 이들에게 익숙한 놀이가 되고 있다. 길거리에서 즐겨왔던 이 놀이는 전자 게임 시대에 들어와서 '크레인 캐처'로 발전된다. 놀이 방식의 유사함 이외에도 길거리에서 가볍게 즐긴다는 감각이 그대로 녹아들어가 있다.
'태고의 달인'이라는 아케이드 게임은 과거의 놀이를 보다 직관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마쯔리'라고 불리는 지역 축제 문화가 매우 발달한 일본에서는 행사 때마다 큰 북을 치며 노는 풍습이 있다. 이는 수백년이 지난 후에 실제 큰 북을 아케이드 게임기에 장착한 '태고(큰 북)의 달인'이라는 게임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또한 익숙한 놀이 문화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느끼는 놀이의 재미는 과거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놀이는 적어도 다른 게임에 비해도 '그 익숙함을 무기로' 실패 확률이 낮다는 반증이다. 


최근 우리 업계에서도 과거의 놀이 문화를 게임으로 재창조하는 도전들이 꿈틀대고 있다. 숨바꼭질을 테마로 한 '까꿍온라인'이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놀이를 채용한 '졸리 타이밍', '말뚝박기 온라인' 등이 바로 그런 노력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게임업계에서 새로운 게임의 기획에 관한 고민은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과거의 놀이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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