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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의 게임속으로 87회] 평범한 소재가 좋다

  • 김성진(게임평론가) harang@gmail.com
  • 입력 2010.03.0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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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순수 창작물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장을 분석하고 여기에 합당한 장르를 골라내면 세계관과 인물 설정에 들어가야 한다. 고민은 여기서 비롯되는데 창작의 욕구에 불타는 개발자일수록 자신만의 세계와 특이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쓴다. 온몸을 불사르며 열정에 활활 타올라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무엇을 도출시키기 위해 머리를 쥐어 짠다. 게임 시스템은 둘째치고 기본 기획을 잡기 위한 고통의 시간이 흐르고 흐른다. 숱한 고난과 역경을 딛고 마침내 드러난 모습은 언제나 그랬듯이 찬반의 양론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옳고 그름을 떠나서 문제는 시장성이다. 유저들이 창작품을 받아 들여야 진정한 작품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자신들의 허영심을 만족시켜준다는 확신을 불어 넣어주지 않으면 결코 지갑을 열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예술은 돈과 거리가 멀다. 다시 말해서 저주받은 걸작이 되기 싫다면 평범한 것에 대한 사항도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MMORPG에선 판타지가 주류를 이룬다. 무협도 있고 SF도 존재하지만 판타지가 으뜸이다. FPS에선 밀리터리가 절대 강세를 보인다. 이런 것들이 식상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유저들 입장에선 익숙함을 좇는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게임을 만든다면 평범함에 대해 더욱 깊이 파고 들어야만 한다. 세계의 잠재 고객들이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소재가 매우 중요해진다. ‘삼국지’, ‘그리스 로마 신화’, ‘공룡’, ‘축구’, ‘야구’, ‘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등 한 단어로도 설명이 가능한 세계관들이 좋은 것이다.


만약 단군 신화를 가지고 MMORPG를 만든다면 분명 국내에선 참신하다고 평가 받을 여지가 많다. 하지만 당장 비행기 타고 이웃나라로 세일즈하러 가라고 한다면 난감할 것이 뻔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다른 나라의 게임을 수입할 때도 범용적인 소재가 아니면 난항을 겪게 된다. 예를 들어, 중국의 건국 신화 얘기로 만든 온라인 게임을 한국 유저에게 보여준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무협조차도 중국과 한국이 바라보는 시각에서 온도 차이가 큰 상황인데 심지어 건국 신화라니. 비단 중국 뿐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이고 영국이나 미국 등 고유의 문화 자산은 해외 시장에서 먹히지 못하는 경우가 절대적이다. 타국의 문화는, 신기하게 바라보는 것이지 주머니의 지갑을 꺼내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온라인게임은 글로벌 프로젝트이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 유럽 등 특정 시장만을 위해 개발하는 전략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간지 오래됐다. 막대한 개발비와 수십명의 인원이 투입되는 거대한 상품이기 때문에 하나의 국가에서만 통용되서는 곤란하다. 대박을 꿈꾸는 스튜디오일수록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에서 알맹이를 찾아야 할 것이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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