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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의 게임속으로 88회] 블리자드의 마지막 선택

  • 김성진(게임평론가) harang@gmail.com
  • 입력 2010.03.0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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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었던 ‘스타크래프트2’가 마침내 일반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CBT를 실시했다. 개발사 블리자드의 특성상 아주 오랜 기간을 테스트에 투자할 것이 확실하다. 이제 불특정 다수의 일반 유저에게 선보인 이상, 게임의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아마도 이번 테스트를 통한 목적은 피드백으로 게임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수정하기 보다는 마케팅의 전략적 선택이 더욱 상위에 존재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번 테스트로 인해 많은 유저들이 ‘스타크래프트2’를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 수년을 기다려왔던 유저들은 상기된 표정과 떨리는 손으로 실행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테스트에 참여했던 유저들의 반응이 신통치가 않다. 세계 최고의 게임 스튜디오와 어울리지 않는 소심한 모습에 실망하는 유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와 반대로 찬사를 아끼지 않는 유저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대단히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 동안 ‘스타크래프트2’는 순탄한 개발의 길을 걸어오지 못하고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갈팡질팡하고 있는 스튜디오 분위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해외 게임 전시회와 일부 행사에서 발표했던 부분들이 매번 변화되고 다시 수정되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이 와중에 경쟁작의 헤드를 영입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었다.


이러한 고통의 과정 속에서 결국 선택한 모습이 지금의 ‘스타크래프트2’인 것이다. 전작이 성공할 수 있었던 어떤 법칙을 깨트리고 싶지 않는 소심한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위대한 개발사들은 시대를 이끌어 가는 빼어난 콘텐츠를 게임마다 적어도 하나 이상은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콜 오브 듀티’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데 항상 기가 막히는 퀄리티를 자랑하며 계속해서 한 단계씩 올라서는 게임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리더이고 개발 상위 그룹들이 해야 할 일이다.


블리자드처럼 1편과 별반 차이 없는 비주얼, 시스템, 종족, 플레이 방식 등을 고스란히 유지하려고 했다면 적어도 5년 전에는 나왔어야 했다. 게임이 아주 어려워졌다고 말하는 유저가 있는데 그건 RTS의 장르적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RTS는 배우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힘겨운 장르다.


본질적으로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와 ‘스타크래프트’ 사이의 거리를 없애 버렸다. 확장팩이라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시야 조절 옵션조차도 약간의 상하 이동만 가능할 뿐이다. 왜 3D 그래픽으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저사양 컴퓨터를 위해서라면 그냥 2D로 제작해도 현재 ‘스타크래프트2’의 비주얼 수준은 충분히 가능하다.


결국 블리자드의 선택을 한 단어로 설명한다면 ‘안주’이다. 그것도 지독한 보수이다. 도전을 싫어하기로 유명한 회사지만 이번에는 너무 심했다. ‘스타크래프트2’의 성패를 떠나 온라인게임계의 선두 주자로서는 전혀 존경스럽지가 않다. 잘 팔리는 게임을 만드는 선택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설레이는 마음으로 위대한 예술가의 차기작을 기다리는 유저가 블리자드 앞에는 없을 것 같다. 블리자드가 계속해서 만들어 낼 게임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머리 속에 훤히 그려지는 것은 필자 혼자일까.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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