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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못미 ▶◀ 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2.2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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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도 세금을 부과해라.”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이런 황당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아이들을 집안에만 틀어박혀있게 하는 주범인 게임에 세금을 부과하고, 그 세수입으로 야외교육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법안의 주요 골자다.


뉴멕시코주의 자연애호가들이 주의회에 게임 세금 법 추진안을 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게임 세금 법안을 주도하는 곳은 현지의 환경보호단체인 ‘시에라클럽’의 리오그란데 지부. 그들은 뉴멕시코주에서 판매되는 게임기와 게임 소프트웨어에 1%의 부가세를 부과하고, ‘히키코모리(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을 일컫는 용어) 방지’를 위한 기금을 모아, 효과적인 야외교육의 하자는 것이다.
 
시에라클럽의 관계자는 “게임은 아이들을 밖에 나가서 놀지 못하게 하고 있고, 학습 능력을 급격하게 저하시키며, 비만을 초래하게 만든다. 따라서, 이번 게임 세금 법안 추진은 담배나 주류에 세금을 부과해 사회에 환원하는 것과 같은 취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의회 측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세수입은 연간 40억원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뉴멕시코주의 게임 소매업자들에게 불이익이 된다는 근본적인 지적부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육성에 역행하는 말도 안되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게임을 폄훼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매체인 ‘폭스뉴스’는 시에라클럽의 주장에 기름을 붓고 있다. 그들은 최근, 게임이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는 황당한 보도기사를 게재해 빈축을 사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과거에 게임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에는 사람들이 캠핑을 하거나 공원을 자주 찾았다. 사람들은 자연을 즐기며, 인간 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게임 때문에 집안에 자주 있게 되고 밖에 나가지 않게 되면서, 자연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로, 1980년부터 1990년까지 북미에서 낚시 허가증의 발급이 과거에 비해 18~25% 낮아졌고, 일본에서는 1991년부터 2005년까지 공원을 찾는 인구수가 18% 하락됐다는 것이다.
양국의 이 기간은 게임이 급성장한 시기와 맞물리고 있다고 이 기사는 보도하고 있다.
폭스뉴스는 사람들이 게임을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고, 그 때문에 자연 보호에 대한 관심 또한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자연의 파괴가 우려된다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고 있다.


브라질 중부 고이아스주의 소비자보호 단체는 게임이 사회의 공공질서를 파괴하고, 법률과 치안을 위협하고 있다고 연방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 타겟이 된 게임은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에버퀘스트’ 두 타이틀이다. 연방재판소 측은 결국 소비자 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최근 두 게임의 판매를 금지시키고 말았다.


게임은 바야흐로(?) 세계 어느 곳에서나 악행의 근원으로 멸시당하며 ‘동네북’ 신세가 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 때나 해병 총기 탈취 사건 때도 FPS게임에 빠져, 사이버공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질타하며, 어김없이 게임을 단두대에 세웠다. 


숭례문 방화 사건도 혹시나 범인이 MMORPG에서 불을 잘 쓰는 마법사 캐릭터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사건을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나올지 않을까 내심 걱정될 정도였다. 


언제까지 게임을 마녀사냥 할 것인가. 한창 잘 자라나던 소나무들이 주변 공장에서 뿜어대는 공해에 시달려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을 셈인가.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며 게임에게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라고 외쳐봐야 소용없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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