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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의 게임속으로 90회] 게임 중독성에 대하여

  • 김성진(게임평론가) harang@gmail.com
  • 입력 2010.03.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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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라고 나온다. 따라서 게임 중독이라는 뜻은 게임을 하지 못하면 견디지 못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는 중독은 온라인게임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패키지 게임에는 끝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중독성이 강해도 마지막에 도달하고야 만다. 그리고 그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온라인게임의 중독성은 재미와 깊은 연관이 있다. 재미가 있기 때문에 중독이 있고 이러한 효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으며, 그 결과 사망 등 극단적인 현상까지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온라인게임에 죄를 물으면 곤란하다. 온라인게임은 태생 자체가 유저들로 하여금 가능한 오래도록 머물도록 하기 위해 개발된다. 짧은 시간만 잠깐 들렀다 떠나는 정거장이 아니라 장시간을 게임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목적을 지닌다. 그러기 위해서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다.


하나의 온라인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몇 년 동안 집중해야만 성과가 나타난다. 그 어떠한 문화 콘텐츠보다 깊이가 있고 많은 내용을 담는다. 그렇기에 가상 현실이라는 단어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잠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자. 냉정한 도시 생활은 가진 자와 빼앗기는 자만 존재한다. 가진 자는 풍족하고 물질적으로 아무런 부족 없이 쾌락의 나날을 누린다. 하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유저들은 빼앗기는 자에 속한다. 이들이 건전하고 활기찬 외부 활동을 하기엔 현실적 제약이 너무 많고 고가의 비용이 든다. 결국 이러한 사회의 스트레스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소시켜야 하는데 가진 자는 쉽사리 풀 수 있으나 없는 계층은 이를 희석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개인적으로 온라인게임처럼 건전하고 저렴하게 사회 구성원의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방법이 없다고 오랜 세월 생각했다. 무엇을 해도 PC방 비용보다 저렴한 것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자신의 집에서 플레이를 한다면 인터넷 회선 비용 외에는 특별한 요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온라인게임이 규제에 의해 사라진다면 오락실과 당구장이 부활하고 만화방이 다시 살아날 뿐이다. 사회적으로 바뀌는 것이 있을까.


온라인게임은 사회적 위치로 고려해야 한다. 어린 청소년들이 즐기는 나쁜 짓거리 중의 하나로 치부하면 결코 안된다. 사회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고 10대에서 40대들의 인생에서 어떤 포지션으로 자리잡고 있는지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판단 능력이 희박한 아이들을 적당히 감시하고 경고하는 일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을 피의자의 위치에 놓고 심판을 내리려고 한다면 이는 불행한 일이고 어리석은 행위이다.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해 피로도 시스템을 적용하고 PC방 영업 시간을 제한하거나 계정을 차단하는 등의 여러 방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게임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온라인 게임에서 인생의 낙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사람들이 온라인 게임에 너무 심한 몰입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회에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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