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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의 게임속으로 91회] Easy to Learn, Impossible to Master

  • 김성진(게임평론가) harang@gmail.com
  • 입력 2010.04.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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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구상하는 콘셉트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Easy to Learn, Impossible to Master’. 많은 관계자들이 Impossible이 아니라 Difficult가 정확하다고 의견을 밝히고 있으나 그 시대는 지났다. 배우기는 쉽지만 고수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은 결국 누구나 고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손이 느리고 두뇌회전이 떨어져도 장시간을 투자하면 고수 혹은 만렙이 된다는 논리는 온라인게임에 있어서 목적 의식을 미약하게 흐트린다. 불가능(Impossible)하게 만들어야 한다.


Impossible(불가능)과 Difficult(어려움)의 차이는 사실 매우 크다. 오픈 후 시작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의 콘셉트는 점점 더 커다란 격차로 인도하게 된다. 어떤 유저라도 1~2년 동안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하면 지루함을 느낀다. 개발사가 아무리 신선한 업데이트를 쏟아내도 반짝거리는 신작에 눈길이 더 가는 것을 막긴 힘들다.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캐릭터와 명성, 위치를 과감히 포기하고 타 게임으로 이적하는 동기와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흥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비주얼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고수가 되었고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사라진 허무함을 느끼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게임을 접는다. 그리고 유저의 이 같은 심리상태는 무엇으로도 채울수가 없기 때문에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어떤 보상을 해줘도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


실제로 세계 최고의 게임이라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가장 큰 실수를 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는 만렙 유저들만 존재한다. 사회 구성의 계층은 삼각 피라미드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다. 그런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는 더 이상 올라갈 구석이 없는 신선들만 가득하다. 오로지 블리자드가 제공하는 새로운 콘텐츠만 기다리며 바둑이나 두고 있는 모습이다. 신규 유저나 초보에겐 관심도 없고 신경도 쓰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은 만렙 사이에서만 이뤄지고 조금이라도 서툰 유저는 바로 왕따 취급을 받는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생명력이 어느 정도까지 연장될지 정확한 진단은 어렵지만 ‘리니지’보다 짧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적어도 ‘리지니’에는 도달 불가능한 목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MMORPG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캐주얼 게임들은 배우기 쉬워야만 하고 실력의 격차가 크지 않아야 하며 묻어가는 상황도 자주 연출이 돼야 한다. 어쩌면 캐주얼 게임이 상하가 분명한 RPG보다 기획적으로 더욱 어려울 수 있다. 미묘한 플레이의 재미는 캐주얼 게임에선 반드시 살려야 하고 이러한 노하우는 온라인 게임이 아니라 패키지에서 습득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의 최대 특징은 무궁무진한 확장성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한계와 골인 지점을 정해 놓으면 스스로 발목을 잡는 꼴이 될 것이다. 강호에 절대고수의 출현은 백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대사건으로 취급된다. 요즘 온라인게임 내에는 절대고수가 너무 많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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