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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S와 이색 마조히즘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3.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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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환과 서지수가 FPS게임 ‘스페셜포스’로 맞붙었다. 경기가 시작된 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서지수의 AK소총에 임요환이 쓰러지고 만다. 이때, 임요환의 기분은 어땠을까?


이번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 대결. 두 선수는 이윤열과 각각 대전을 펼쳤다. 임요환과 서지수, 두사람 간의 대전은 없었다. 이윤열은 두사람 모두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임요환과 서지수 중 누가 더 즐거웠을까?


필자의 황당한 상상 속의 대전이지만, 그들의 기분을 실제 실험을 통해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해외로부터 들려왔다.   


FPS게임에서 치열한 총격전으로 자신의 캐릭터가 죽었을 때, 플레이어의 기분은 어떨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마도 "분하다"라든지 "열 받는다"라는 대답을 할 게 뻔하다. 그러나 핀란드의 한 과학연구팀은 "FPS 플레이어는 패배했을 때,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최근 주목 받고 있다.


이모션(Emotion)이라는 유명 학술지 최근호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이 과학연구팀은 36명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FPS게임 ‘007 나이트파이어’를 플레이 시켜보고, 피실험자들의 피부의 전기전도성과 안면의 근육 활동을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플레이어는 대전 상대를 쓰러뜨렸을 때에 피부의 전기전도성이 상승하고, 광대뼈와 눈 주변 근육의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았다. 이것은 의학적으로 판단했을 때,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을 때에 나타나는 육체적인 징후라는 것. 반대로 자신이 플레이하고 있는 캐릭터가 누군가의 총에 맞아 죽었을 때는 긍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징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지만, 후자의 반응에 관해서 연구팀은 “긴장감이 가득한 총격전의 상황으로부터 해방됐기 때문에...” 라는 분석에 도달했다. 이와 같은 결과를 토대로 알 수 있는 것은 게임 플레이중 인간의 심리는 아직도 의외성이 많은 것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 대로라면, 임요환은 서지수의 총에 맞아 쓰러졌을 때, 의외로 ‘쿨한 기분’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임요환과 서지수 두사람 모두 이윤열에게 승리했지만, 누가 더 큰 쾌감을 느꼈을까? 상식적으론 서지수가 더 즐거웠을 것 같지만,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임요환 쪽이 더 큰 쾌감을 느낀 게 맞다.


이 대학 의학부는 게임을 할 때, 뇌 실험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뇌의 구조 차이를 분석했다.
앨런라이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젊은 남녀 각 11명씩 총 22명에게 간단한 컴퓨터게임을 플레이하게 하고 MRI(자기공명단층촬영)를 시도했다.


실험에 이용된 게임의 내용은 오른쪽에서 왼쪽 벽으로 10개의 볼이 계속 다가가고, 이것을 지워나가면 벽이 왼쪽으로 더 밀려나서 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이 더욱 넓어지는 방식이다. 뇌 촬영 결과 남성은 자신의 공간(영토)이 넓어질수록 쾌감을 느꼈지만, 여성의 경우는 별다른 감정의 변화가 없었다.


결국 남성과 여성의 뇌 구조가 다르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남성의 뇌는 게임을 플레이할 때, 여성보다 더 큰 쾌감을 강하게 느끼는 구조인 셈이다.


연구팀은 영토를 확장하는 게임, 예를 들면 전략시뮬레이션과 같은 장르가 남성들에게 더 인기 있는 이유를 이 실험을 통해서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이 어떤 방식의 게임에서 쾌감을 느끼는지에 대한 원인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어쨌든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FPS나 전략 게임을 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까. 꽤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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