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반도를  엄습한 기름유출사고가 3월 15일로 100일을 맞았다. 모든 사람들의 노력으로 서서히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반가운 소리도 들린다. 태안반도에 희망을 되찾아준 일등공신은 누가뭐래도 자원봉사자들일 것이다. 3개월간 11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이곳에서 방재작업을 했고 지금도 봉사의 손길을 꾸준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 목적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온라인게임 개발에 6만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가 몰리고 있어 화제다.
유명 게임회사 어클레임이 2007년 2월부터 시작한 '프로젝트 탑시크리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반인들이 MMORPG 개발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전대미문의 기획이다. 현재까지 6만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였고, 게임 개발의 초기 기획이 완성되고 있는 단계이다. 이 프로젝트는 북미의 유명 게임 기획자인 '데이비드 페리'가 주도하고 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어클레임이 프로듀싱하는 MMORPG라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에 정열과 재능을 가진 사람이나 팀이라면 누구라도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6만명이 몰리고 있지만, 그들 전원이 매일같이 '프로젝트 탑시크리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자원봉사 개발자로 등록만해두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로 등록만 해 둔 사람일지라도, 자신이 언젠가는 게임 개발자가 된다는 것을 꿈꾸며 이 프로젝트에 항상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공식 사이트에서 공개된 것은 판타지 배경이고, 야수들을 이용한 레이싱과 이들의 교배를 통해서 신종 야수를 창조해내는 것이 가능한 MMORPG라는 것이다. 공개된 아트웍을 보면, 애니메이션풍의 그래픽이라는 것 정도가 전부이다. 원화 일러스트 부분의 퀄리티가 다소 떨어지는 걸 보면 그래픽쪽의 자원봉사자 응모가 아직도 부족해 보인다.

프로젝트 탑시크리트의 개발공정은 모든 부분의 업무가 아주 세밀하게 분할되어 있고, 이 전체 계획들은 데이비드페리 씨같이 전문 개발자들이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개발공정이 매우 세분화되어 있는 것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참가자들 모두가 개발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6만명의 자원봉사 개발자가 몰린 것은 어클레임의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이지만, 아직도 공식 사이트에서는 참가자의 모집이 계속되고 있다. 자원봉사라고는 하지만, 그 보상 규모는 꽤 크다. 가장 우수한 개발자나 팀에게는 10만달러의 상금이 걸려있으며, 상용화 이후 수익 배분도 이루어진다. 또 원활한 게임 개발을 위해서 상용 미들웨어의 라이센스 비용도 어클레임측이 부담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유명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커맨드앤컨커' 시리즈의 프로듀서 출신의 '마이크스칵스'가 이 프로젝트에 어드바이저로써 합류를 선언해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어클레임은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처럼 대규모로 모여서 게임 개발을 하는 방식을 '커뮤니티 베이스 게임 디자인'이라고 명명하고, "온라인게임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함께 모여서 자유롭게 게임을 디자인하고 개발해 나간다는 매우 혁신적인 시도"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10만명정도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할 것으로 회사측은 예측하고 있다.

프로젝트 탑시크리트가 단순히 업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인지, 실력있는 신인 개발자를 가려내가 위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게임 개발의 패러다임을 이끌어낼 것인지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게임을 개발한다는 발상의 전환 자체는 매우 흥미로운 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