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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치 월급 거부한 괴짜교수의 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3.3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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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모은 게임은 뭘까?


닌텐도DS의 큰 성공에 영향을 입은 듯하지만, 거꾸로 이 휴대게임기의 판매에 절대적인 공헌을 한 '매일매일DS 두뇌 트레이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 게임 패키지 한쪽 귀퉁이에 각이 진 폴리곤의 웃는 얼굴의 캐릭터가 있다. 그가 바로 이 게임의 감수를 맡은 토호쿠대학(東北大學) 미래과학기술연구센터의 카와시마 류타 교수이다.


교수의 신분으로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올린 게임 타이틀의 개발에 관여했다는 것 말고도, 그가 최근 다시 주목 받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1200만개나 팔린 뇌단련 게임 ‘매일매일DS 두뇌 트레이닝’으로 우리 돈 110억원에 달하는 인세를 받게 됐다. 그러나 카와시마 교수는 이를 정중히 거절했고, 인세를 자신이 근무하는 토호쿠대학에 기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덕에 토호쿠대학에는 뇌 관련 ‘브레인다이나믹스 연구동’을 비롯해, 자기공명화상 시스템, 최신 레이저 현미경 등 수십억원에 달하는 기자재들이 설치돼 주변 대학들로부터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다.


카와시마 교수의 월급이 900만원 정도라고 하니, 110억원이라면 앞으로 꼬박 100년동안 받을 월급을 한 순간에 날린 셈이다. 가족들의 반발도 꽤 거셌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땀 흘려서 번 돈만이 자기 돈이 될 수 있다”며 오히려 가족들을 꾸짖었다.


세계적인 메가 히트작 게임타이틀에 관여한 카와시마 교수이지만, 그 자신은 게임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게임에 관해서는 누구보다도 엄격한 아버지라고 한다.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아들 넷을 둔 카와시마 교수는 평일에는 자식들에게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휴일에 딱 1시간만 게임을 허용했단다. 이 규율을 어긴 막내 아들의 게임CD를 부러뜨려버린 적이 있을 정도로 게임에 관해서는 철저한 원칙주의자이기도 했다.


카와시마 교수는 게임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게임에 빠져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공부할 시간이나 가족과의 대화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배경 때문이었을까. 그가 감수한 뇌단련 게임은 하루에 몇분만 즐겨도 다른 게임을 몇시간동안 즐겼을 때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카와시마 교수는 일본과학기술진흥 재단과의 인터뷰에서 뇌단련 게임에 교육과 심리학적인 요소를 적절히 넣어두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뇌단련 게임에는 “매일 잘 하고 있군요”, “어제는 무슨 일이 있어서 하지 못했어요”라든가, “오늘은 어땠나요?” 등의 관심 어린 멘트가 들어가 있다. 이것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부모들에게 듣고 싶은 말들이다. 사실 공부를 매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아이들로써는 매우 괴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카와시마 교수는 아이들이 공부나 책을 읽고 난 후에 이와 같은 관심과 칭찬은 강력한 모티베이션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매일매일DS 두뇌 트레이닝’의 이와 같은 칭찬 요소는 단순히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층에게도 보기 좋게 적중했다. 실제로 성인이 된 사람들도 학창시절, 가장 간절했던 부모로부터 칭찬을 받고 싶었던 욕구를 게임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코끼리도 춤추게 한다’는 인간의 칭찬 심리를 명확하게 꿰뚫고 있는 카와시마 교수는 이 게임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이미 대중적 히트를 예감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평일에 게임을 했다고 아들의 게임CD를 부러뜨린 매우 완고한 아버지인 카와시마 교수. 그는 앞뒤가 꽉 막힌 외골수 타입의 괴짜로도 볼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21세기 게임의 대중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인물 중 한 사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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