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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긋방긋 동영상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4.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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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캡콤에서 발매된 패미콤용 소프트 '록맨2 닥터 와이리'에 사용됐던 BGM이 무려 19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붐이 됐다. 당시엔 촌스러운 미디 사운드였던 것이, 누군가에 의해 그럴 듯한 가사까지 붙여져 인터넷 상에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갔다. 이 것은 30대 초 중반의 패미콤 세대들에게는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 음악은 UCC의 바람을 타고, 익명의 네티즌들에 의해서 각종 악기로 연주되거나 플래쉬 애니메이션으로 재생산됐다. 거의 20년만에 일반인들의 손에 의해 다시 태어난 록맨의 부활이었다. 그 영상 콘텐츠들 중, 인기가 높았던 것은 19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혀졌던 그 옛날 게임의 사운드가 새로운 부가가치가 붙어서 온라인 상에서 대량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아무리 독특한 문화를 가진 일본이라고 해도 단순한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영상 콘텐트만으로 수많은 네티즌들을 열광하게 만들 수는 없다. 록맨UCC 붐을 일으킨 주역이 바로, 지난해 일본에서 가장 히트한 동영상 댓글 사이트인 '니코니코 도가(굳이 번역하면 방긋방긋 동영상)'였다. 이 동영상 사이트는 오픈 1년만에 450만명의 회원이 들끓었다. 투고된 동영상만도 70만개가 넘었고, 지금까지 30억회 가까이 동영상이 재생됐다. 지금도 밤 시간대에는 접속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니코니코 도가’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동영상 사이트다. 하지만 ‘니코니코 도가’가 ‘판도라TV’나 ‘유튜브’ 등과 다른 점은 유저가 영상을 직접 올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영상 사이트에 있는 영상을 링크시켜서 즐긴다는 것이다. 지금은 업그레이드되어서 동영상을 직접 올릴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유저들이 동영상을 보고 댓글을 달아놓는 것이 커뮤니티의 핵심 기능이다.
유저들이 동영상을 보고, 그 감상을 댓글로 달면 동영상 화면 상에 바로 노출된다. 기존의 동영상 사이트와 차별되는 기능이다. 그 안에서 같은 의견을 가진 유저들은 일체감을 느끼며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영상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게임은 ‘니코니코 도가’와 찰떡 궁합이 맞은 셈이다.
게임 유저들은 ‘니코니코 도가’라는 새로운 커뮤니티의 장에서 단순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그 이상의 묘한 즐거움을 느끼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게임을 기반으로 한 2차 저작물 콘텐츠가 새롭게 소비되는 형태를 동영상 댓글 사이트인 ‘니코니코 도가’가 보여준 셈이다. 
‘니코니코 도가’의 자생적인 파급력을 인지한 일본의 게임회사들은 앞다투어 이를 마케팅 툴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유저들의 자발적인 생산 콘텐츠인 것처럼 가장해서 유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저작권에 관해 엄격한 일본 사회에서 게임 영상이나 음원이 허가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될 수는 없었다. 일본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해 10월 ‘니코니코 도가’에 게시물의 저작권 부분을 강하게 제지하고 나섰다. 아직도 양측의 협의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현지 유저들은 상업적인 용도가 아니고, 저작권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면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모처럼 형성된 유저 커뮤니티를 통해서 게임 콘텐츠의 새로운 재미를 찾았다는 것이다. 게임업계에 있어서도, 실제로 유저들과 호흡할 수 있는 신선한 커뮤니티 문화가 생긴 터라 반기는 입장이다.
우리 업계의 마케터들이 언제나 고민하는 것들의 해답을 어쩌면 '니코니코 도가' 같은 새로운 유저 커뮤니티 트렌드에서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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