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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기자의 G세상 돋보기 (#40)]셧다운제의 폭력성을 실험하기 위해

  • 데일리 노컷뉴스 지봉철 기자 Janus@nocutnews.co.kr
  • 입력 2011.02.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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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MBC가 내보낸 뉴스가 전국민적인 웃음을 샀다. 폭력적인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이 난폭해진다는 내용이다. 서울의 한 PC방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학생들이 게임을 한참 하고 있을 때 전원을 내려 반응을 살펴본다. 갑자기 컴퓨터가 꺼지자 학생들은 욕설을 내뱉고 뉴스에서는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곳곳에서 욕설과 함께 격한 반응이 터져 나온다. 폭력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해버린다” 고 설명한다.


방송 후 네티즌 사이에서 느닷없이 ‘MBC 뉴스데스크 패러디’ 놀이가 벌어졌다.‘MBC 기자의 폭력성을 알아보기 위해 마감 중인 노트북 전원을 꺼보도록 하겠다 ’‘의사들의 폭력성을 알아보기 위해 수술 중에 수술실 전원을 꺼보겠다’, ‘할아버지들의 폭력성을 알아보기 위해 바둑판을 엎어보겠다’, ‘수험생의 폭력성을 알아보기 위해 수능 끝나기 1분 전 OMR 카드를 찢어보겠다’ 등이 그것이다.


게임의 폭력성을 입증하기 위해 갑자기 PC방 전원을 내려서 열받아하는 사람들을 보고 ‘폭력적’ 이라고 한다는 실험이 웃음을 산 것이다. 이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 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코미디같은 일이 어디 이 뿐인가 ‘셧다운제’ 등 최근 게임업계를 옥죄는 각종 규제를 보면 웃을 수도, 울수도 없는 한편의 코미디다. 어떤 과학적 분석 결과도 없이 만 16세미만 청소년들의 야간 게임 금지령을 내렸다. 게임을 모든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몰고간 것이다. 학자들 간의 밑도 끝도 없는 논쟁을 현실로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문자메시지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의 과도한 이용이 약물과 흡연, 폭력적인 행동을 불러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셧다운제 취지대로라면 야간엔 게임뿐아니라 만 16세미만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을 아예 못하게 해야 맞는 것이 아닐까. 모바일게임 뿐아니라 밤 12시 이후엔 휴대전화 사용을 아예 금지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보장하겠다면 인터넷 셧다운제 뿐 아니라 실제로 야간엔 다니지 못하도록 통행금지를 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또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술, 담배 등을 제조하는 모든 기업에 대해서도 게임업계와 똑같은 불이익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게임을 핑계로 법 개정을 서두르는 여성가족부의 꼼수가 민망할 정도로 얄팍하다. 정말 얄팍하다. 여성가족부의 폭력성을 실험하기 위해 셧다운제 도입을 반대해 보자.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관련기관 곳곳에서 욕설과 함께 격한 반응이 터져 나온다면 게임이 모든 폭력의 근원은 아닐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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