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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기자의G세상돋보기(#53)]동업자(同業者)간의 예의

  • 데일리 노컷뉴스 지봉철 기자 Janus@nocutnews.co.kr
  • 입력 2011.06.07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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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가 어려워 지면서 ‘분쟁’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게임하이-넥슨, CJ E&M의 분쟁은 사상 유례없는 무차별 폭로전이 펼쳐졌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다. 업계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경영에 깊숙이 침투했음을 반증한다. 잘못 건들면 분쟁과는 무관한 기업까지 언제라도 전장(戰場)에 뛰어들 태세다.


그러나 동업자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상도의’라는 게 있다. 하다못해 지하철 행상에게도 나름의 체계와 상도의가 존재한다.


기업 간 상생할 수 있는 경쟁의 틀을 지키지 않으면 모두 패자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싸움이 실적에 우선하는 분쟁이 되다보니 상도의는 나중에 따지고 일단은 이기고 보자는 행태가 점점 눈에 띄고 있다.


최근 ‘서든어택’ 분쟁이 그렇다. 어려운 처지와 안타까운 사정은 십분 이해하더라도 협상과정에서 CJ E&M은 게임업계의 불문율로 간주되는 수익분배와 관련된 상대 측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악수를 뒀다. 그것도 대표이사가 손수(?) 홈페이지에 “수익배분율을 7대 3(게임하이:넷마블)으로 제안했으며 재계약 금액도 업계 최고 규모인 150억으로 책정했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최종 결정권자라 할 수 있는 대표이사사가 협상 상대와 물꼬를 트기보다는 시장 내 불문율을 깨고 판을 엎어버리고 돌아선 셈이다. 하지만 CJ E&M의 이런 비정상적 계약 내용 공개로 협상 상대인 게임하이와 넥슨은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주주들과 게이머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해법을 근 시일내에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로 후유증을 겪게 될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폭로전은 다분히 의도적이거나 정치적으로 읽힌다.


이겨도 져도 뭔가 뒷 배경이 있는 것만 같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무차별 폭로로 가장 피해받은 대상은 서로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경쟁에서도 페어플레이는 엄연히 상존하고 있음을 CJ E&M의 새로운 대표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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