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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쇼 수난시대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6.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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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전시회 수난시대인가 보다.  
3년전 국내에 난립하던 게임전시회를 통합해, 글로벌 게임쇼를 목표로 기운차게 출발한 지스타. 지금은 정권 교체의 바람에 휩쓸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속을 걷고 있다.  
지스타가 목표로 삼았던, 세계적인 위상의 E3쇼에도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듯하다. 올해 7월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를 앞두고 있지만, 거대 공룡들의 불참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얼마전 액티비전이 참가 포기를 발표했고, 주최 단체인 ESA(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의 회원사 자격도 스스로 포기했다. 게다가 루카스아츠도 올해 E3쇼에 참가는 하지만, ESA 회원에서는 탈퇴를 표명했다. 결국 내년부터는 나오지 않겠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불참 선언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퀘이크의 명가 'id소프트', 한국을 대표하는 '엔씨소프트', 수백개의 콘솔 타이틀을 개발한 '파운데이션9' 등 굵직한 회사들도 불참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전세계 게이머들이 기대해왔던 '스타크래프트2'나 '콜 오브 듀티5' 등도 결국 올해 E3쇼에서는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세계 게임업계의 맏형격인 EA는 액티비전 등이 ESA를 탈퇴하고 E3쇼에도 불참하는 것에 대해서 "업계 리딩 컴퍼니들로써 리더십이 부족한 게 아니냐"고 꼬집고 있지만, 이 같은 불길한 조짐은 이미 작년부터 예견되고 있었다.


E3쇼는 1995년, 당초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게임부문만 독립한 전시회로 세계 게임산업의 성장과 함께 매년 그 몸집을 불려왔다. 2006년에 들어서는 전세계에서 400개 이상의 게임회사가 참가했으며, 전시된 타이틀만도 2000개를 넘어서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게임전시회로 자리매김했다. 10여년간 쌓아온 명성은 값비싼 부스 비용과 연말 출시될 게임의 시연 버전을 5월에 열리는 E3를 위해서 또 제작해야 하는 등 게임회사들에겐 점점 부담이 되어갔다. 실질적인 상담이 이뤄졌던 트레이딩 쇼의 성격이 해가 갈수록 유저 중심의 축제 분위기로 바뀐 것도 회사들의 참가 의욕을 저해한 큰 이유로 꼽힌다. 
E3쇼의 당초 취지를 되찾자는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자, 주최측인 ESA는 2007년부터 E3 Media & Business Summit로 규모를 축소하고 실리 위주의 전시회로 변화를 모색했다. 그러나 지난해 E3는 '이도저도' 아닌 게임쇼로 겨우 명맥만을 유지한 채 끝나버렸다. 결국 게임회사들의 연이은 불참 선언은 핑계없는 무덤이 아니었다. 


매년 8월 독일 라이프찌히에서 열리는 전시회 '게임컨벤션'도 E3쇼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올해부터는 거대공룡 닌텐도가 불참을 발표했고, 이 불길한 조짐은 다른 회사들에도 파급될 전망이다.


E3쇼나 게임컨벤션의 저조한 참가는 각회사마다 자체적인 이벤트가 보다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UBI소프트는 5월 28일에 프랑스 파리에서 대규모 신작 발표회 'UBI DAY'를 열었고, 액티비전도 7월 E3쇼를 전후해 대규모 이벤트를 준비중이다. 또 id소프트는 달라스에서 '퀘이크콘'을, 블리자드는 애너하임에서 '블리즈콘'을 매년 열고 있는 것도 큰 영향 중 하나인 셈이다. 전세계에서 모여드는 다양한 미디어들과 게이머들에게, '게임쇼에 참가한 수많은 회사 중 하나'로 비춰지기 보다는, '우리가 주인공인 게임쇼'가 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추세는 자금력이 있는 대형 회사들에겐 유리하지만, 중소 게임회사들에게는 '그들의 설 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떠한 형태로든 다시 태어날 지스타 전시회가 E3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중소 회사들에게도 '설 자리'를 제공하는 '멋진 변신'을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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