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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게임을 사랑한 적이 있습니까?

  • 하은영 기자 hey@khplus.kr
  • 입력 2011.08.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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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판된 한 권의 책이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모바일게임회사 CEO 출신인 고평석 씨가 집필한 ‘게임회사가 우리 아이에게 말하지 않는 진실’이다. 이 책은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며 그가 왜 게임업계를 떠나게 됐는지를 상세히 기재했다.


책이 출간되자 업계 전체가 떠들썩했다. 한 배를 탔던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것이다. 가뜩이나 여성가족부의 게임산업 죽이기가 한창인 이 때, 홍보용 책자로 활용하려는 의도냐며 맹비난이 이어졌다.


더욱이 그가 소프트맥스 개발자를 이중 고용해 일간지에 사과광고를 내기도 했던 부도덕한 과거가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더욱 격분했다.


이 소식을 처음 접한 기자는 비난에 앞서 매우 놀랐다. 기자가 기억하는 고평석 씨는 의리가 넘치고 신뢰를 주는 사람이며, 비상한 머리를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모바일게임 회사를 운영했던 당시, 기자는 가끔 고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시 그는 게임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싶어 했다. 매우 의욕에 찬 모습이었고, 마음으로 응원해주고 싶은 사람이었다.


사업 실패 후, 오랜만에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고 찾아왔을 때에도 고 대표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그때 그는 기자에게 ‘다시는 게임사업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아이를 낳아보니 내가 만든 게임을 내 자식에서 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몇 달 뒤, 그가 황당한 책 한 권으로 안부를 전했다.


아직도 기자는 고 대표가 왜 그런 책을 쓸 수 밖에 없었을까를 생각한다. 게임사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시절에 대한 기억과, 자신의 아이를 생각하며 책을 펴 내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하지만 황당한 책 한권은 오랫동안 간직했던 그에 대한 좋은 기억마저 완전히 무너뜨려버렸다.


가끔 업계에서 게임을 전혀 모르면서 ‘돈이 되니까’ 게임사업에 뛰어드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는 정말 게임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사람이었을까, 돈벌이 수단으로, 과거 그가 했던 말대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 게임업계 사람이 됐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 쏟아지고 있는 비난 속에서 그가 왜 이 책을 펴 냈는지를 설명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은 단 한 번이라도 게임을 사랑한 적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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