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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기자의G세상돋보기(#65)]‘사다리 걷어차기’와 ‘밥상 걷어차기’

  • 데일리 노컷뉴스 지봉철 기자 Janus@nocutnews.co.kr
  • 입력 2011.09.2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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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사람이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먼저 오르더니, 사다리를 걷어찼다. 그들은 지붕 위에서 아래로 “올라와! 함께 살려면…”이라고 외친다. 최근 게임업계에는 경쟁의 사다리를 먼저 올라간 자들의 ‘사다리 걷어차기’가 한창이다. 정상에 오른 사람이 다른 이들이 뒤를이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수단을 빼앗아 버리는 행위를 ‘사다리 걷어차기’라 한다.


게임업계에서는 지금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자본을 앞세운 거대 회사들이 유통망과 플랫폼을 소유하면서 중소 회사들의 성공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견 게임사들은 예외없이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일부 업체는 20% 넘게 매출이 감소하는 등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더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최근 2~3년간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게임이 속속 등장하며 중견업체의 설자리도 좁아졌다. 당연히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예 밥상을 ‘걷어차 버리’는, 그래서 판을 바꾸자는 주장을 한다. 그들은 적어도 밥상 전체를 뒤집지는 못해도 최소한 그 일부에라도 타격을 가하거나 소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실제 최근 게임업계를 향하는 비난의 목소리 중 대다수는 내부자들의 것들이다. 전직 게임업계 CEO가 게임중독의 폐해를 고발하기도 하고, 또다른 협·단체 구성도 추진하고 있다. e스포츠업계 또한 마찬가지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단 3개가 잇따라 해체될 예정이고 게임전문 케이블 채널이 접는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업계 스스로 ‘e스포츠의 생명이 다됐다’는 비관론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 망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독설을 내뱉고 있다. 노골적으로 밥상을 걷어차라고 부추기는 사람들도 내부자라는 이름을 달고 여기저기서 출몰하고 있다. 아무리 절망적인 시도라지만 그만큼 위험하고 무책임하기도 하다.


“싸우더라도 쪽박은 깨지 마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상위업체가 자본과 콘텐츠를 독점하고 있지만 수만 명의 밥그릇을 걷어차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아무래도 쪽박마저 온전하기 힘들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최소한 내부자의 시각으로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협력을 시도해 봤으면 한다. 지금은 내부에서 싸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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