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게임과 소통하는 정치인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6.23 09:14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11월 미국 코네티켓주 하원의원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나선 '잔느 스티브' 씨. 맨하탄 지방 검사 출신이며, 아들을 넷이나 둔 아줌마 후보자라는 것 말고도 최근 그녀가 주목받는 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보통 미국의 정치인들이라고 하면,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의 판매를 규제한다든지, 게임에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등의 반(反)게임 정서를 강하게 품은 집단으로 인식되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잔느 스티브 씨는 한마디로 친(親)게임파다. 그것도 모자라 MMORPG의 최고 레벨에 오른 고수 유저에 속한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만렙인 70레벨 캐릭터를 두개나 갖고 있는 그녀는 북미 서버에서는 오크헌터 캐릭터로 꽤 잘 나가는 인물이란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3년 전. 그녀는 아버지를 통해서 온라인게임을 배우게 된다. PvP보다는 PvE를 선호하는 잔느 스티브 씨는 게임 속 월드에서 뭔가를 탐구하는 것을 즐긴다. 길드 내 활동을 통해서 다른 유저들과 게임에 관한 관심사를 나누고, 앞으로의 정계 활동을 위해 그들의 일상적인 생활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아버지와 남편, 4명의 아들과 함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세계에 푹 빠져있는 그녀는 두번째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가 빨리 등장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80레벨까지 캐릭터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란다. 가끔은 유저의 입장으로 돌아가, 다른 이들과 공통의 희망사항을 함께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게임을 좋아하는 정치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잔느 스티브 씨는 현지 게임 미디어로부터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녀는 단순히 좋아하고 즐기는 것 뿐 아니라, 게임이라는 문화의 사회적 인식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최근 미국 사회에서 꿈틀대고 있는 폭력적인 게임의 판매 규제 움직임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의견을 내뱉는다. "가정에서의 놀이를 정부가 규제하거나 결정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 게임을 가정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느냐 마느냐는 가족들이 합의해서 결정해야한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잔느 스티브' 씨는 자신의 집에서 모든 종류의 게임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저도 아이를 넷이나 키우고 있는 어머니이기 때문에, GTA4같은 스타일의 게임은 아이들이 좀 더 성장한 후에 구입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폭력적인 게임의 판매를 정부가 나서서 규제할 것이 아니고, 그 폭력성 여부의 판단을 가정에 맡기자는 것이다.


지난 5월에 열린 ‘서울 디지털포럼 2008’ 개막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게임 업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발언을 쏟아냈다. 게임을 "21세기 문학"이라고 극찬했고, 우리나라는 "게임인구 2천만명의 게임대국이고 세계 게임의 시험무대"라고 치켜세웠다. 이와 함께 미래 비전도 과감하게 제시했다. "우리나라에 글로벌 게임허브 센터를 설립해, 한국을 세계 최고의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게임 중심지로 도약시키겠다"고 말이다.  
이 연설로만 평가한다면 역대 대통령 중,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가장 높은 지도자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통해, 이 대통령이 쏟아낸 발언들을 액면 그대로 믿는 게임업계인들은 많지 않을 게 뻔하다. 어쩌면 아무도 없을 지도 모른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게임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잔느 스티브 씨만큼의 실천적인 행동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게 있을 것이다. 지나친 비약인지도 모르겠지만, 게임 속에서 국민들과 작은 소통이라도 해봤다면, 촛불이 저만큼 많아지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