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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7.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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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텔리의 가면을 쓴 악당과 그의 악행을 세상에 폭로하려는 자의 숙명의 대결.  액션 영화 스토리로 가장 진부한 타입이지만, 그래도 보는 순간만큼은 꽤 흥미롭다. 최근에도 외전적인 타이틀로 개봉된 '공공의 적'이 대표적인 그런 류 영화인 듯하다.   


최근 미국 게임업계에서 영화 '공공의 적'같은 이야기가 흘러나와 눈길을 끈다.


마이애미의 유명 변호사 '잭 톰프슨'씨. 그는 얼마전 유타주에서 개최된 '프리덤 페스티벌'에서 미국의 전통적 가치관을 지켜낸 사람들에게만 시상하는 '프리덤 어워드'를 수상했다. 잭 변호사 말고도 1994년 르완다 대학살에 저항하며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여성, 빈곤 퇴치에 앞장선 자선사업가, 오랜동안 분쟁지역에 파병되어 임무를 수행해낸 공군 파일럿 등이 '프리덤 어워드'를 받았다.


그가 이 상을 받은 이유는 '각종 미디어에서 뿌려지는 폭력과 포르노로부터 어린이들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변호사'라는 것이다. 수상 소감으로 그는 "지금까지 주변에서 많은 박해와 비웃음을 들었지만, 다시 태어난다해도 나는 이 일에 더욱 열정을 불태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잭변호사는 공공의 적2에 나오는 정준호와 흡사하다.)  


그러나 그의 프리덤 어워드 수상에 대해, 미국 게임업계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는 반대의 목소리는 흡사 촛불의 행렬처럼 점점 길어지고 있다. 과연 지금까지 잭 변호사의 행동이 미국의 영웅으로써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유타주에서는 모르겠지만, 특히 미국 게임업계에서 잭 변호사는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2003년에 알라바마주에서 일어난 경찰관 살해 사건에 대해서, 범인이 플레이했던 GTA시리즈에도 범죄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유통사는 물론, 게임 하드웨어 메이커에 까지 소송을 걸었던 전력이 있다. 또 2006년에는 GTA의 개발사인 록스타의 불리(Bully)라는 게임을 불법물로 지정해야한다고 앞장서기도 했다. 그는 법정에서도 언제나 허위 발언을 일삼았고, 규정에 불복하며 상대편 사건 당사자의 품위를 고의적으로 깎아내리는 행위, 판사를 모멸하는 발언 등으로 끊임없이 문제아 취급을 받아왔다. 그는 소송중인 사건과는 관련 없는 포르노 사진을 법원에 증거물로 제출하는 악행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게임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셈이다.  


그는 게임이 어린이들에게 해악을 주는 미디어라고 규정하고, 게임회사나 판매점 등을 상대로 소송을 건 일도 비일비재했다. 언제나 게임에 대해 지나치게 과격한 발언으로 현지 유저와 게임업계에서는 편협한 시각을 가진 인물로 악명 높다.
                        
플로리다주 변호사협회가 강철중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잭 변호사가 고발한 사건 31건 중 27건이 확실하게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법원에 그의 변호사 자격을 박탈할 것을 요구중이다. 재판부는 변호사협회와 잭 변호사 쌍방을 주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청문회에서의 그의 발언과 수천장에 달하는 증언기록을 분석한 결과 변호사협회의 주장에 손을 들어줄 기세다.  9월에 열릴 고등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면, 그는 10년간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물론 학부모단체 등 일부 보수성향을 가진 쪽의 입장에선 잭 변호사는 '수상받아야 할 만한 인물'이 맞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대방의 의견에 전혀 귀기울이지 않고 무조건적인 억지주장만을 펴는 것은 마치 그 분(?)을 보는 듯해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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