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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소변군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9.0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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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태어나면, 누구나 평생 달고 살게 되는 이름을 갖는다. 성명이 운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연스레 여겨지는 듯하다. 현대에 들어서는 사람의 이름뿐 아니라, 상품의 작명 또한 인기와 장수를 좌우하는 중요 포인트가 되고 있다.


수십년간 무수히 많은 게임기들이 시장에 나왔다. 나온지 몇개월만에 스러져간 것들이 있는가 하면, 10년 넘게 장수한 게임기도 꽤 있다. 특히 그 방면에선 달인의 수준에 이르고 있는 닌텐도의 제품들은 장수한 것들이 꽤 많아 보인다. 닌텐도는 그래서 더 제품의 작명에 신경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닌텐도에서 가장 최근에 발매된 게임기인 Wii는 세간의 관심 만큼이나 작명 때문에 크고 작은 소동이 있었다.
Wii는 게임 역사상 특별한 의미가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가장 간결한 명칭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브랜딩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와 닌텐도 사내 브레인들의 합작품이라고 한다. 영어로 '우리'를 뜻하는 We와 발음이
같고, 2개의 i는 두사람이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것을 상징한다는 것. 의미도 있고 꽤 그럴 듯한 네이밍 센스인 듯하다.


그러나 Wii라는 정식 명칭이 발표되자 북미 유저들은 게임기의 이름으로는 어색하다는 평가 일색이었다. 일부 극렬팬들은 최악의 명칭이라며 비난의 소리를 높였다. 프로젝트명이었던 '레볼루션'으로 다시 바꾸자는 탄원 캠페인 사이트가 개설될 정도였다. 닌텐도 아메리카의 담당자는 "구글이나 냅스터 등도 처음 나왔을 때는 유저들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했다"며 "조금씩 적응해 나가다 보면 멋진 네이밍이란 것 인식하게 될 것"이라 항변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Wii의 명칭 때문에 인생역전에 성공한 사나이의 이야기도 이채롭다. Wii와 같은 발음이 나는 Wee는 영어의 유아어로 '소변을 보다'라는 뜻이란다. 아마 우리말의 '쉬~' 정도 되는 아기에게 오줌을 누일 때 쓰는 의성어인 듯하다. 뉴욕 맨하탄에 살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위 유타니(Wii Yutani)씨. 그는 어린시절부터 Wii라는 이름때문에 친구들로부터 오줌싸개 라는둥 항상 놀림감이 되어 왔다고 한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서 자기소개를 하면, 언제나 상대방은 Wee로만 그를 기억했다. 언젠가부터 자기소개를 하고는 이름의 스펠링까지 말하는 게 버릇처럼 된 유타니 씨.
그에게 2년전쯤 꿈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일본에 사는 친척동생에게 "닌텐도가 형의 이름과 같은 Wii라는 게임기를 발매할거야"라고 말이다. 이후 닌텐도Wii는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기록했고, 유타니 씨의 이미지는 소변에서 최고의 게임기로 바뀌어버렸다. 이제 그는 "내 이름은 Wii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건 물론이고, "Wii의 원조는 접니다"라고까지 말한단다.


유타니 씨는 닌텐도 본사에 공식 대변인이 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을 정도란다. 아직까지 닌텐도에서는 별다른 답변은 없지만, 그는 Wii라는 이름때문에 인생역전을 한 셈이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언젠가 여러분의 이름도 세계적인 온라인게임의 명칭으로 사용될 지도 모를 것 같다는 황당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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