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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밖 사람들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10.1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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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순. 언제부턴가 이 단어는 소외되어 왔던 주부들의 멋진 재기를 의미하는 '아줌마 파워'를 상징하는 말이 되고 있다.
영화의 제목이 그 시작이었지만, 베이징 올림픽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보여준 그것은 단순한 감동의 벽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우생순과 비교한다는 게 다소 억지스러운 감이 있지만,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도 아줌마들의 파워가 거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최근 오리콘차트가 니프티, 스퀘어에닉스, 타이토와 공동으로 실시한 '무료 온라인게임 이용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여성 유저의 비율이 76.9%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응답한 여성 중 30~40대 주부층의 비율이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물론 이번 조사에서 말하는 온라인게임이라는 것이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MMORPG를 중심으로 한 것은 아니다. 여성들이 간단한 조작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퍼즐이나 보드류 게임 쪽에 다소 치우쳐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20~30대 남성’이 일본 온라인게임의 주류라는 것과는 또 다른,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용자 비율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온라인게임을 하는 유저 층 중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 30대 여성으로 25.6%에 달했다. 40대 여성도 23.5%나 차지하고 있어, 결국 30~40대의 주부층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한번 게임을 시작하면 평균 플레이 시간으로 15~30분이 27.4%로 가장 많았고, 45분~1시간이 24.3%, 1시간 이상 즐기는 주부층은 23.3%에 불과했다. 게임을 즐기는 곳은 집(87.6%)이 가장 많았다. 결국 일본의 주부들은 여가 시간을 때우기 위해 퍼즐, 보드류 온라인게임을 집에서 짧게 자주 즐기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국에서 이런 조사 결과가 나왔다면, “엄마의 주민번호를 이용해 가입한 초등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판단하기 쉬울 법하다. 그러나 주민번호의 개념이 없는 일본에서의 통계라서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표본 그룹 자체가 아주 큰 것은 아니라서 일본 온라인게임의 주류층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판단하기엔 성급한 감이 있다. 그러나 일본 아줌마들이 단순한 타입이지만, 보드류 온라인게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녀들이 온라인게임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배경을 단순히 현지 퍼블리셔들의 활발한 마케팅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실제로 30~40대 주부층이 끌릴 만한 특별한 계기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아줌마들을 움직인 것은 오히려 닌텐도DS의 게임인구 확대 전략에서 찾는 게 맞을 것이다. 요리나 패션 등 주부들의 취향에 맞는 타이틀이 쏟아져 나왔다는 직접적인 이유 말고도 닌텐도DS를 통해 ‘단순한 조작의 게임’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결국 그 익숙한 행동패턴이 아줌마들을 온라인 보드 게임으로 자연스럽게 이끈 셈이다.


이에 비해 국내 시장은 새로운 게임인구 창출에 너무 인색해 보인다. 그저 마트에 오는 손님들에게만 물건을 팔려고 할 뿐, 마트 밖에 사람들에겐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다.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마트 밖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한다. 머지 않아 마트에 오는 손님이 하나 둘 줄어들기 시작하면, 그땐 이미 늦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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