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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공부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11.0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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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하면서 공부를 한다.”
이 말은 올해로 14년째 게임업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도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학습과 놀이의 유쾌한 만남은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이 시도되어 왔지만, 아직도 그 매듭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학습용이나 교육용이라고 처음부터 규정 짓고 개발된 타이틀이라도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고 평가받은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물며 놀이를 목적으로 한 정규 게임이 학습 효과가 있다는 건 놀라운 사실을 넘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몰입되기 쉬운 장르로 알려진 온라인게임의 경우엔, 학습 효과와는 더욱 거리감이 있어보였던 게 사실이다.


최근 북미의 과학뉴스 사이트 ‘라이브 사이언스’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000만명 이상이 즐기고 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가 학생들에게 글쓰기나 수학을 가르치는데 큰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위스콘신 매디슨대학의 연구원, 콘스탄스슈타인퀄러 씨는 중학교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WOW를 플레이시키면서 공부를 하게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학생들은 방과후에 자원봉사자 스탭들과 함께 WOW 게임 내에서 몇시간동안 함께 플레이를 즐긴다. 또 매달 한번씩 특정 장소에 모여, 자신들의 WOW플레이 경험을 살려 함께 공부하고 웹사이트를 만들거나 만화도 제작한다. 


슈타인퀄러 씨가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WOW의 공식사이트 게시판에서 유저들의 대화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상당수의 유저들이 난해한 퀘스트의 공략법을 밝혀내기 위해 서로 가설을 세우고, 다양한 수치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이른바 게임 내에서 ‘과학적인 기초력’을 보이고 있었다는 것. 그는 이 점을 착안해 학생들의 지적활동을 향상시켜 현실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 게임이라는 것은 어떠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지적인 활동을 해야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학생들이 게임 내에서 보여주는 행동들은 과학자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현지 학부모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내년 5월까지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회원 모집이 전부 끝났을 정도라고 한다. 슈타인퀄러 씨는 다음번 연구 대상 게임으로 ‘룬스케이프’를 추가해 다양한 연령층의 학습 효과를 분석할 예정이다.
‘라이브 사이언스’는 슈타인퀄러 씨의 연구 사례 이외에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온라인게임을 활용해 재택교육을 시키고 있는 부모길드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MMORPG를 이용해 수학, 독서, 사회학, 경제학, 작문, 사교기술 등 다방면의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예를들면 게임 상에서 캐릭터가 독에 감염되어 전신에 퍼지는 이미지를 사용해, 지수와 함수의 개념을 가르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이런 파격적인 학습 방식에 관해 반대의 목소리도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가족들이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함께 플레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전하고 있다.


마침, 얼마전 우리나라에서도 MMORPG인 ‘군주’의 영문 서버 콘텐츠를 이용한 영어 교육이 고등학생들에게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발표도 들리고 있다. 온라인게임과 학습 효과, 이젠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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