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고상한 취미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11.24 09:0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게이머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모습이 연상될까.
지금까지 게이머의 이미지는 그리 멋져 보이지는 않았던 게 보통이다. (프로게이머가 아니고 일반 게임 유저 말이다) 어딘가 초췌한 얼굴로 PC모니터나 TV 앞에 앉아 패스트푸드를 옆에 둔 채 게임에 열중하는 어찌보면, 오타쿠스러운 모습이 연상된다. PC방이나 집에서 게임을 하는 이들을 봐도, 사실 그리 깔끔해 보이지는 않는다. 왠지 친구들과도 멀리할 것 같은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이런 통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조사가 얼마전 캐나다에서 이뤄졌다. 현지 뉴스 사이트 캐나다닷컴(canada. com)은 지금까지 다소 왜곡되어온 게이머의 실상을 조사한 결과를 적나라하게 보도했다.  


캐나다 사람 2명 중 1명은 게임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평균연령은 40세로 드러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중 절반 이상이 여성 게이머라는 것이다. 캐나다 게임 유저들의 82%는 매주 평균 7시간을 게임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미국 게임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현지 게이머 중 55%는 이미 기혼자였으며, 48%는 자녀를 두고 있었다. 게임 유저의 57%가 자녀와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답변했다. 결국 게임에 빠져서 결혼을 하지 못한다거나 결혼을 해도 아이를 가지지 않는다고 하는 기존의 근거 없는 통설을 정면으로 뒤집고 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 게임을 전혀 플레이하지 않는 사람과 게임유저을 비교한 결과, 오히려 이성과의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외출하는 빈도는 게임 유저쪽이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성 친구와의 만남도 9%나 높았다. 또 게임 유저는 스포츠를 즐기거나 독서를 하는 빈도에서도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과 비교해 11%나 우위에 있었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왠지 실업자가 많고,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큰 수입을 올리지 못할 것 같다는 기존의 인식도 이번 조사 결과 크게 벗어났다.


조사 대상자 중 게임 유저의 연간 수입은 평균 79,000달러(한화로 약 1억1천만원)에 달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55,000달러(한화로 약 7600만원)에 머물고 있었다. 게임을 하는 사람은 첨단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 굳이 관련 산업에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직장 내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현지의 여성 게임 유저들은, 게임을 통해서 타인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최근 북미 사회에서 급격하게 부각되고 있는 게임의 사회적 인식 전환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결국 북미에서 게임을 한다는 것은 아이들이나 하는 놀이가 아닌, 남들에게 떳떳하게 드러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멋진 취미 생활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미국이나 캐나다의 게임 유저는 원만한 가정을 가지고 사교적이며, 고수입으로 넉넉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나 게임이 사건, 사고의 주요한 원인으로 매도당하는 한국에 사는 필자로써 북미의 사회적 인식 변화가 부러울 뿐이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