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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게임 강국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12.0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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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무기로 완전무장한 날렵한 몸매의 한 사내가 거대한 군함 안으로 침투했다. 재빠른 몸놀림으로 갑판을 지나 선실 복도로 들어선 그는 맨 손으로 보초병들을 하나둘씩 쓰러뜨린다. 순식간에 십여명을 해치운 그는 막다른 복도 끝에서, 여러명의 순찰병이 다가오는 소리를 감지한다. “이젠 끝났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옆에 놓여있던 골판지박스를 뒤집어쓰며 몸을 숨긴다. 다행스럽게도 순찰병들은 그가 골판지박스 안에 숨어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한다. 사내는 골판지박스를 뒤집어쓴 채 조금씩 이동해가며, 보초병들의 눈을 깜쪽같이 속인다.


그의 눈이 빛났다. 이쯤되면, 이 사내가 누군지 알 만할 것이다.


코나미의 인기 잠입액션 게임 ‘메탈기어 솔리드’의 주인공 ‘솔리드 스네이크’다. 스네이크의 활약상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니다. 얼마전 독일에서는 이 상황을 모방한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스네이크의 이 잠입 기술(?)을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해 형무소에서 탈출한 죄수의 이야기가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단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독일 뒤셀도르프시 근교의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던 42세의 터키 국적 남성이 골판지박스를 이용해 탈주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 남성은 아마도 ‘메탈기어 솔리드’의 대단한 팬이었던 것 같다. 그의 탈주 상황이 게임에서의 스네이크의 잠입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마약거래 혐의로 7년형을 받고 뒤셀도르프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던 그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간수들의 눈을 요리조리 피해 150 × 120Cm의 크기의 골판지 상자에 몸을 숨겼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상자는 택배 직원에 의해 화물트럭에 실려졌다. 트럭이 형무소를 빠져나왔다는 걸 직감한 그는, 상자에서 나와 도로에 뛰어내려 탈주했다는 것이다. 그의 행방은 아직도 묘연한 상황. 형무소장은 “매우 치욕스러운 사건”이라고 분개했다고 한다. 현지의 게임팬들은 형무소의 간수는 도색잡지에 빠져있었던 게 아니냐, 트럭 운전수의 머리 위에 느낌표 모양이 떠오른 게 아니냐 라는 둥 이 사건을 메탈기어솔리드의 장면들처럼 표현하고 있다.  


물론 이 사건도 게임을 모방한 범죄의 일종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일부 국가들에서 일어나는 게임의 모방 범죄는 갈수록 흉폭해지고 있다. 게임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각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쪽에 가깝다.


우리는 온라인게임의 대국이라는 것을 언제나 자랑스러워한다. 머지 않아 그 자랑스러움은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도 높다. 마치 돈벌이에만 급급한 졸부가 자신의 아이들을 방치해, 그들이 마약에 빠져있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온라인게임 대국이라는 칭호에 걸맞는, 게임 중독을 방지하는 분야에서도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온라인게임 수출의 1등 국가일 뿐 아니라, 건전한 게임문화를 세계시장에 널리 알리는 데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만 한다. 세계인이 인정하는 진정한 건전 게임강국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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