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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게임중독'인가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12.1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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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과하면 중독된다. 중독(中毒)의 사전적 의미는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이다. 이와 함께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해 일반적인 사회 생활에 피해를 줄 정도의 상태를 흔히 ‘게임중독’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중독에 관한 명확한 정의는 아직도 불분명한 게 사실이다. 우리는 그저 지나치게 게임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어떠한 근거도 없이 게임중독자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얼마전 영국의 국영방송 BBC뉴스는 게임중독의 사회적 정의가 잘못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 최초로 설립된 ‘게임중독 치료 센터’의 총책임자는 BBC뉴스에서 “수년간 상담하러 온 젊은 사람들의 90%는 게임중독이 아니었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2년전 설립된 ‘스미스 앤 존스’라는 치료 센터는 ‘게임중독 환자’의 치료 프로그램을 유럽에서 처음 도입해 화제가 됐다. 이곳에서는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해 친구나 가족과의 접촉을 전혀 하지 않는 어린이들에게 생활의 절제를 중시하는 치료법을 적용해왔다.


2년간 수백명의 환자들을 상대해온 센터의 총책임자 케이트 베커 씨는 “우리들의 치료 방법에 효과를 보이고 있는 대상은 알콜이나 약품 등에 의존하고 있는 중증 환자 10%에 불과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나머지 90%는 우리들이 개발한 중독 치료법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환자들이 보이고 있는 속칭 ‘게임중독’의 증상은 알콜이나 마약 중독과 겉보기엔 매우 비슷했다고 한다. 그러나 ‘스미스 앤 존스’ 치료센터는 상담과 진료를 거듭해감에 따라, 이들에게 ‘중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게임에 몰입하기 이전에,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주변 환경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가정에서의 부모들의 역할, 학교에서의 교사의 역할로부터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결국 사회적 문제가 ‘게임중독’이라는 태생을 알 수 없는 이단아를 만들어냈다고 이 치료센터는 결론 지었다. 


게임중독을 이유로 스미스 앤 존스 치료센터를 방문한 청소년 중 80%는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었고, 가족 내에서도 매우 소외된 상태였다고 한다. 이들은 가정과 학교에서의 사회적 고립감을 게임으로 해소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사회적으로 타인들과의 정상적인 의사소통 방법을 깨우쳐주지 않은 부모와 교사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의 의사협회도 게임중독을 알콜 중독과 같은 정신질환과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 바 있다. 스미스 앤 존스 치료센터는 게임중독의 잘못된 정의를 바로 잡고, 앞으로의 치료 방식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도 ‘게임중독 클리닉 전문’을 내세우며 많은 의료기관들이 난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과연 ‘게임중독 환자’라고 명쾌하게 정의하고 치료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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