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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꼴찌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12.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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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력 시사 주간지 ‘타임’은 얼마 전 올해의 게임 베스트10을 뽑아 발표했다. 폭력과 과도한 성적 표현으로 논란과 화제를 모았던 ‘GTA4(그랜드셰프트오토4)’가 당당 1위로 선정됐다. 


아이러니하게도 GTA4는 ‘가장 불쾌한 게임’으로도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GTA4에게 가시관을 씌운 곳은 미국 기독교 계열의 투자 그룹인 ‘티모시플랜’이다. 이 회사는 기독교 교리에 근거해 투자를 하는 곳으로 술과 담배, 도박과 동성애자를 고용하는 회사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기독교 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회사들을 매년 ‘치욕의 전당’이라는 이름으로 뽑아낸다. 코카콜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일렉트로닉 아츠 등은 현지인들에게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유력 회사들이지만, 치욕의 전당에는 매년 빠지지 않는 단골 손님이다.


티모시플랜은 더 나아가 작년과 올해 미국에서 시판된 게임들 중 ‘가장 불쾌한 게임’을 선정하고 있다. 이 발표로 북미 게임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섹스, 누드, 욕설, 폭행, 마약, 동성애, 악마 숭배, 만화적 폭력 표현 등의 항목으로 구분해, 득점이 높은 순으로 ‘가장 불쾌한 게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상업적으로는 크게 성공했지만, 돈을 번만큼 욕을 먹기도 한 GTA4는 모든 항목에서 고른 점수를 얻어, 총점 18점으로 1위에 올랐다. 관련 해설을 살펴보면 극심한 폭력 표현과 신에 대한 매우 공격적인 모독이 강했다는 것이다. GTA4와 공동 1위를 차지한 것은 ‘세인츠로우2’. 이 게임은 섹스 항목에서 Xbox360의 게임패드가 도발적으로 진동하고 음향 효과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연상하게 한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16점을 얻은 ‘폴아웃3’가 3위를 차지했다. 팔, 다리 등 신체 일부분이 손상되는 전투 표현으로 ‘매우 잔인’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게임에 등장하는 각종 약물 등이 사실상 스테로이드제의 복용을 조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쇼크’는 잔혹한 표현이 너무 상세하게 묘사돼 15점을 받았다. ‘맨헌트’는 ‘게임 역사상 가장 피비린내 나는 타이틀 중 하나’라고 평가되며 14점을 얻었다. 


온라인게임으로서 유일하게 10위권 내에 랭크된 ‘에이지 오브 코난’은 12점을 받았다. 중독성이 강하고 끊임없는 탐색에 휘말려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게임으로 평가됐다.
‘콘뎀드2’는 12점, 아메리칸풋볼 게임 ‘블리츠 더 리그2’는 11점으로 각각 7위와 8위를 차지했다. 게임 내에 과도한 노출의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이 등장하고, 부상을 입으면 몸의 내부 구조가 보이는 연출이 매우 저속하다는 이유였다. 


폭력 학생들을 묘사한 ‘불리’는 10점을 받았다. 남학생들끼리 키스를 한다는 설정 때문에, 동성애자의 항목에서 높은 득점을 얻었다. 


‘아미 오브 투’는 2명의 병사가 협력해서 난관을 돌파한다는 스토리이지만, 게임 내에서 두 병사간의 미묘한 분위기가 내재되어 있다고 해서 7점을 받았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게임들은 반드시 종교적인 관점이라 아니라고 해도, 불쾌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반면 닌텐도의 ‘포켓몬 배틀 레볼루션’은 0점을 받아 ‘빛나는 꼴찌’가 됐다.
만약 한국산 게임도 이 평가에 포함됐다면, 과연 몇점을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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