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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라보레이션'하라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9.01.1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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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3월 29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을 펼친 독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쪽에는 버추어파이터의 대표 캐릭터 ‘아키라’가, 다른 한쪽에는 철권3의 주인공 ‘카자마 진’이 잔뜩 폼을 잡고 서있었기 때문이다. 아키라는 싸움에서 이겼을 때의 승리 멘트인 “쥬넨 하야인다요” (내가 무술로는 너를 10년이나 앞서고 있다. 곧 너는 내 상대가 되기엔 아직 멀었다)라고 외치고 있었다. 카자마 진은 아키라를 노려보며 “1년 늦었다”라고 맞받아쳤다.


광고를 본 게이머들은 버추어파이터와 철권 캐릭터들이 다함께 등장하는 꿈의 대전 게임이 나오는 게 아닐까 하고 기대했다. 사실상 용과 호랑이의 라이벌 관계였던 두 게임의 대표 캐릭터가 함께 등장한 것은 양측의 팬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격투를 표현하는 컨셉은 달랐지만, 진정한 최강의 주먹을 가리고 싶었던 마음도 팬들로써는 강했다.


물론 꿈의 격투 게임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그들은 당시 발매된 플레이스테이션2의 홍보를 위해 손을 맞잡았던 것이다. 두명의 대표 파이터가 등장한 임팩트 넘치는 광고는 업계에 큰 화제가 됐고, 양측 팬들을 더욱 강하게 결집시키는 계기가 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3D격투의 라이벌이 버추어파이터와 철권이었다면,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의 캡콤과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의 SNK는 2D격투로 항상 격돌해왔다. 그리고 그들은 버추어파이터와 철권이 이루지 못했던 꿈의 대전을 현실화시켰다. ‘SNK 대 캡콤’이 바로 그 타이틀이다. 물론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양쪽 개발팀 모두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다. 또 원작에서 갖고 있던 캐릭터 파워의 밸런스를 상대편 게임과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을 법하다. 두 회사의 개발진은 실타래처럼 얽혀있던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기좋게 인기 시리즈물을 하나 더 추가했다. 


얼마전 모개발사의 대표와 이런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운 적이 있다. 그도 오래 전부터 같은 생각을 해왔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개발진들이 굳이 다른 회사의 캐릭터를 채택해서 세계관을 해치고 싶지 않다고 극구 반대를 한다며 아쉬워했다. 물론 쉬운 문제는 아니다. 화제가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의 위험요소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자사 게임들간의 캐릭터라도 교류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협동, 합작이라는 의미의 코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라는 용어가 흔히 쓰이고 있는 최근의 일본 시장에선, 오히려 이 전략을 쓰지못해 안달이 난 것 같다. 일례로 현지에서도 인기가 높은 국산 골프게임 팡야는 유명 애니메이션 ‘코드기어스’와 이미 여러번의 협력을 통해 매출 상승에 큰 힘을 얻고 있다.


예를 들면, 오디션에 팡야 캐릭터가 골프채를 들고 등장해 춤을 춘다거나 프리스타일에 던전앤파이터 캐릭터가 나와 덩크슛을 한다면 어떨까. 우리 유저들을 저 게임에 빼앗기는 게 아닐까라는 편협한 생각은 이제 떨쳐버릴 때가 된 것 같다. 개발자의 시각에서는 말도 안되는 설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유저들은 그걸 더 신선하게 느낄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 게임업계도 경쟁의 시대를 넘어, 보다 성숙된 협력의 시대로 가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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