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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리스와 트라우마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9.01.2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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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전세계인의 게임이라고 할 만한 ‘테트리스’의 열풍이 국내에서 다시 불고 있다. 오픈한 지 한달 만에 하루 이용자 50만명을 넘고 있으며, 회원수도 30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저작권 문제로 인한 몇 년간의 공백을 깨고 화려한 컴백에 성공한 셈이다.


20년이 훨씬 지난 게임이지만 아직도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오묘한 힘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테트리스는 그 인기만큼이나 세간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렸던 게임으로도 유명하다. 청소년 보호 단체들로부터는 그 생김새와 블록이 서로 맞춰지는 형태 때문에, 성(性)을 묘사하는 저속한 게임으로 매도되기도 했다. 또 게임비평가들에게는 ‘구 소련의 병사들에게 암살 교육을 시키기 위해 개발된 게임’이라는 출처가 불분명한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테트리스가 이번에는 정신적 장해를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정신적인 상처를 입고, 여러가지 장해가 의심되는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해(PTSD)’, 속칭 트라우마를 치료하는데 테트리스가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 정신의학 연구소는 심리적 장해를 테트리스로 해소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우선 40명의 실험 대상자들에게 사고에 의한 부상과 사망 등의 내용이 담긴 끔찍한 영상을 12분간 시청하게 했다. 그리고 30분을 쉬게 한 후에 A, B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테트리스를 10분간 플레이 하게 했고, 다른 한쪽에는 아무 것도 시키지 않았다.


이후 실험 대상자들에게 1주일 동안 일기를 쓰게 했다. 테트리스를 플레이 했던 A그룹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B그룹에 비해 끔찍한 사고 영상을 다시 떠올리는 빈도가 현저하게 적었다고 연구소측은 밝혔다.


테트리스와 같이 공간 시각을 활용해야 하는 게임은 트라우마에 대해, 백신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테트리스가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이 갑자기 생각나는 ‘플래시백’ 현상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처참한 사고를 경험한 후, 테트리스를 플레이하면 다양한 컬러의 움직이는 블록을 뇌가 인식하게 되면서 뇌의 지각(知覺) 부분에 기억되어 있는 트라우마 정보를 조금씩 지운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팀의 책임자인 에밀리 홈즈(Emily Holmes)박사는 “게임은 마음의 상처(트라우마)를 입은 사람의 지각(知覺) 정보 처리에 관여하고, 기억을 되살리는 빈도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실험 성과를 토대로 트라우마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을 회복시키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소측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대해 일각에서는 진정한 트라우마는 갑작스런 사고로부터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테트리스 게임을 이용한 실험의 성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쨌든, 함량이 부족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이번 연구를 계기로 게임과 정신 치료에 관련된 보다 심도 깊은 연구를 해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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