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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처럼 일하는 회사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02.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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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배틀로얄’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인생은 게임이야! 다들 필사적으로 싸워서 가치있는 어른이 되자는 거다!”


이 영화의 겉모습과는 별개로 골똘히 생각해 보면, 우리 인생은 게임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해가는, 말하자면 롤플레잉 게임과 같다.
단순히 추상적 비유가 아닌, 실제 회사 업무를 게임과 같이 하는 곳이 있다. 왠지 황당한 기분이 들지만, 일본의 ‘밸류프레스’라는 회사가 바로 그곳이다.


이 회사의 모든 업무에는 RPG처럼 ‘경험치’가 설정되어 있다. 업무를 달성하면 포인트가 쌓인다. 경험치를 통해 직원 자신을 레벨업시키는 것이다. 이 회사에서 직원은 플레이어 캐릭터인 셈이다.
경험치는 업무에 필요한 평균 시간과 비용을 감안해 산출된다. 작업을 빨리 끝내면, 많은 포인트를 받는다. 어영부영 시간만 끌고 있으면, 포인트는 마이너스가 된다. 그러나 직원들은 어떤 업무가 몇 포인트로 설정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결국 충실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면 누구나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직원이 모은 경험치는 월급 산정에 반영되는 것은 물론이고, 게임의 점수로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일정 경험치에 도달하면, 자신의 레벨이 오른다. RPG에서 레벨업 때마다 들려왔던 ‘팡파레’가 사무실 내에 울려퍼지는 것도 매우 게임적이다. 게다가 자신이 모은 포인트에 따라, 업무에 득이 되는 다양한 기법을 쓸 수 있다. 게임으로 말하면 스킬 같은 개념이다. 처음에는 낮은 스킬을 이용해 ‘자신만의 명함’을 쓸 수 있고, 스킬이 높아질수록 ‘자신의 부하 직원’을 거느릴 수 있다. 보다 더 높아지면, ‘사장에게 명령’도 할 수 있단다.  가끔은 자신이 갖고 싶은 상품을 회사로부터 ‘아이템’의 개념으로 받을 수도 있다.
이같은 것은 전부 ‘스태프 시스템’이라는 이 회사만의 독자적인 업무 시스템 하에서 관리되고 있다. 직원들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언제나 타인이 모은 경험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간의 미묘한 경쟁심이 유발되는 구조이다.


사내에서 공유해야 하는 정보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사내 백과사전에 등록하게 되어 있다. 신입사원이 들어와도 별도의 교육보다는 백과사전을 통해 선배들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만든다. 말하자면, 게임의 공략본같은 개념으로 이를 통해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손쉽게 업무를 익혀가는 것이다.


이 회사가 업무에 게임적인 시스템을 채택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장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게임 매니아라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이 회사 사장은 직원들의 직종별 평가를 공정하게 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이 시스템을 고안했다고 한다. 보통 영업부서는 벌어들인 금액으로 실적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총무나 회계 파트는 업무 실적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다. 이를 통일된 평가 기준에 의해서 경험치로 표현해 직원들의 회사 공헌도를 판정하고 있는 것이다.


왠지 장난스럽고 황당한 시도였지만, 나름 체계적인 기준 하에서 시행된 ‘업무의 게임화’는 밸류프레스라는 회사를 고속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불황의 시대를 이겨내야 하는 회사들에게는 그저 웃고지나갈 에피소드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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