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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리를 추억하는 사람들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03.0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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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쯤 된 게임의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타 산업에 비해 아직은 일천한 게임 산업이지만, 그 이름만큼이나 쇼킹했던 ‘아타리 쇼크’가 아니었을까.
요즘으로 말하면, 닌텐도DS만큼이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인기를 자랑했던 미국 아타리社의 비디오게임기 ‘아타리 비디오컴퓨터 시스템’은 졸지에 벼락을 맞는다. 너무나 잘 팔린 나머지 누구에게나 게임을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게 하면서, 과잉 공급으로 질낮은 소프트들이 범람하게 된 것이 실패 원인이었다.
1982년 연말 시장에 폭삭 망했던 아타리 게임들은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인 것은 두말할 필요없다. 갈 곳 잃은 아타리 게임들은 사막의 매립지에 대량으로 폐기 처분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불쌍한(?) 아타리 게임들의 행방을 좇는 다큐멘터리 ‘E.T’s March’를 미국 앨라배마주 어번대학의 학생들이 제작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다큐멘터리는 1983년 9월의 텍사스주 엘파소에 있던 아타리사의 창고에서 시작된다. 게임기와 게임소프트를 잔뜩 실은 20여대의 초대형 트레일러는 마치 운구차 행렬처럼 슬프게 뉴멕시코의 ‘아라모고드’라는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매립지에 도착한 게임소프트들은 프레스 과정을 거쳐, 땅 속에 허무하게 파묻혀 버린다.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된 게임은 아타리 쇼크의 방아쇠를 당겼던 E.T였다. 영화 ‘E.T.’를 게임화한 ‘E.T. the Extra-Terrestrial’은 매립지에서만 수백만개가 폐기 처분됐다고 알려지고 있다.
사막 한가운데서 대부분 폐기 처분된 걸로 알려졌던 아타리 게임기들이 최근 다시 부활하고 있다. 당시의 재고를 대량으로 구매한 회사가 얼마전 추억의 게임 붐을 타고 전에 없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주리주의 캔사스시티에 위치한 ‘오셔’라는 회사가 그 주인공. 이 회사는 1990년 아타리社의 재고 상품이 거대한 경매 물품으로 올라오자, 이를 대량으로 낙찰받았다. 아타리2600과 7800시리즈의 타이틀을 주로 구매한 ‘오셔’는 석회암의 지하동굴을 창고로 활용해 게임들을 원형 그대로 보존했다.


이 회사는 올드게이머 사이에서 추억의 게임들이 조금씩 인기를 모으기 시작하자 지하동굴에서 하나둘씩 게임을 꺼내기 시작했다. 동굴 속에서 잠자고 있던 300만개에 달하는 게임들이 해외로부터의 주문 등이 몰리면서 이미 200만개나 소진됐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타리 게임들을 주문하는 게이머들은 같은 제품을 2개씩 구입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플레이용이고 또 하나는 레어 아이템 수집을 위한 ‘소장용’이라는 것.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상품은 ‘폴 포지션’, ‘미스 팩맨’, ‘디그더그’ 등이고, ‘갤럭시안’, ‘배틀존’, ‘해트트릭’ 등도 꽤 잘 팔린다고 한다.
게임소프트 가격도 2달러에서 5달러로 인상했지만, 판매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타리의 설립자 역할을 하는 영화의 제작이 발표되자 주문이 더욱 쇄도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제품은 어떤 형태로든 복고라는 트렌드로 회귀하고 있음을 아타리 게임이 증명한 셈이다. 리니지나 스페셜포스도 30년 후쯤 백발의 게이머들에게 다시 사랑받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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