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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웹게임' 파워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03.2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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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했던 IMF시절, 고달픈 현실을 잊게 해 준 전국민적 놀이(게임)가 ‘스타크래프트’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의 경기 상황이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게, 2009년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스타크래프트와 비교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요즘 우리 업계에는 웹게임 바람이 불고 있다.


별도의 클라이언트를 다운받고, 인스톨 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여느 게임들처럼 바쁘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할 필요도 없다. 생산과 공격 명령을 해두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맛도 솔솔하다. 그동안 다른 일을 해도 좋고, 생각에 잠기기에도 딱이다. 그래픽이 아주 화려한 것도 아니어서 눈도 덜 아프다.


이미 2~3년전부터 국내에도 유저층이 생겨나기 시작한 웹게임. 이것이 최근에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조용히 인기를 끌고 있던 독일산 웹게임들을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차단하면서 부터인 것 같다. 미심의와 IP차단,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부족전쟁’이나 ‘오게임’이란 걸출한 웹게임을 탄생시킨 독일 게임 시장이 궁금해진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PC보급률이 높은 나라로, 과거부터 PC게임이 강세였다. 콘솔 게임과 보드 게임도 성행하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유럽의 게임천국이 바로 독일인 셈이다. 인구 8,200만명 중 약 20%인 1,700만명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임소프트의 구매력도 매우 높아,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더 큰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 패키지의 판매만으로는 미국과 일본의 뒤를 잇는 세계 3위의 마켓을 자랑하고 있다. 또 게임컨벤션이라는 유럽 최대의 게임전시회가 열리고 있고, 여성과 저연령층까지 게임인구가 꽤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돌이켜보면, 독일의 게임 개발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미가’나 ‘아타리’, ‘코모돌64’ 등 초창기 게임기의 소프트를 열성적으로 개발했다. 그 당시부터 전략 게임이나 퍼즐게임에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대중적인 인기를 모았던 닌텐도 게임기들과 플레이스테이션, 새턴 등 1990년대를 풍미했던 하드웨어들의 게임 개발에는 ‘아차 하는 순간’에 때를 놓치고 말았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건강한 게임시장이 형성된 독일이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여기 있었다. 유럽의 게임천국이라는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개발회사의 수가 절대 부족했던 것이다. 대신 장인정신이 넘치는 알짜배기 개발 회사들이 독일 게임산업을 지탱해왔다. 블루바이트가 1993년 아미가용으로 처음 개발한 ‘세틀러’는 MS-도스용으로 이식되어 전세계에 100만개나 팔렸다. 세틀러 시리즈는 독일산 게임의 강점인 세밀한 디테일을 여지 없이 세계에 널리 알렸다. 이후에 블루바이트가 프랑스 유비소프트의 산하로 편입된 것은 독일 게임계로써는 큰 손실이었다. 크라이 엔진을 개발해 유명해진 크라이텍도 놀랄만한 그래픽 기술의 전통을 잇고 있다. 요즘은 평범해진 장르인 타이쿤 방식의 게임도 독일 회사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나라가 게임 시장의 트렌드를 발빠르게 읽어내 세계 온라인게임을 리드하고 있는 것처럼, 독일은 자신들의 강점인 전략형, 디테일한 그래픽을 기반으로 글로벌 웹게임 시장에서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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