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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중근이 게임을 만들면 …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04.0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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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해 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영웅 봉중근 선수가 온라인게임을 만든다면... 아직도 야구에 취해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게임기자로서 이런 상상 정도는 그리 무리는 아닌 듯싶다. WBC 경기 내내 보여줬던 봉중근 선수의 열정과 집념이라면 못할 일도 아니다. 


야구 선수와 게임 개발. 뭔가 딱히 매칭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실제로 이를 실행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명투수 ‘커트 실링’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년동안 통산 216승을 올리고 있고, 한 시즌에 300개 탈삼진 기록을 세 번씩이나 이뤄낸 정교한 투수다. 또 월드시리즈에 등판해 세 번이나 우승을 경험한 화려한 경력의 선수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며칠 전(3월 2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은퇴를 발표했다.


커트 실링은 꽤 오래전부터 게임을 즐겨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스포츠 선수들치고 비디오게임 등을 가볍게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지만, 커트 실링은 시간을 꽤 투자해야하는 온라인게임의 매력에 깊게 빠져들었다. ‘울티마온라인’을 시작으로 에버퀘스트1과 2를 상당한 레벨까지 올렸다. 에버퀘스트 게임 내에서는 커트 실링의 캐릭터가 등장하면, 그를 따라다니는 팬들 때문에 온전한 플레이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도 타우렌주술사와 오크사냥꾼을 메인 캐릭터로 쓰고 있다고 한다. 게임 내에서 자신의 존재를 아는 길드원들과 함께 레이드를 뛰는 매력에 아직도 빠져있는 듯하다. ‘이브 온라인’이나 ‘토탈 워’같은 전략형 게임과 FPS에도 상당히 조예가 깊다는 걸 보면, 커트실링은 야구 말고도 또 하나의 재주를 갖고 있는 것 같다.


2006년부터는 자신이 직접 게임 개발사를 차려, 메이저리그 투수 겸 게임회사 사장의 투잡을 갖기 시작했다. 그린몬스터게임즈라는 개발사로 시작했지만 이후에 자신의 등번호인 38에서 착안해, ‘38스튜디오’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현재 프로젝트명 ‘코페르니쿠스’라고 하는 판타지 MMORPG를 만들고 있다. 언리얼 엔진3.0과 빅월드 엔진을 사용하고 있고, 2010년말 공개라는 것 이외에 정보는 공개되어 있지 않다.


20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받은 수백억이 넘는 연봉을 그는 게임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사무실 하나 얻고 파트별로 몇 년 경력된 개발자들을 모아 시작한 수준이 아니다. 코페르니쿠스 프로젝트의 리드 아티스트에 코믹 ‘스폰’을 창조해낸 ‘토드 맥파렌’, 총괄 디렉터에는 ‘다크엘프 스토리’ 등으로 유명한 판타지 소설가 ‘R.A살바토레’를 끌어들였다. 물론 호화 멤버들이 모였다고 해서 반드시 게임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뛰어넘는 궁극의 MMORPG의 개발을 꿈꾸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은퇴 소감에는 커트 실링 자신이 야구 뿐 아니라, 게임업계에서도 큰 획을 긋겠다는 자신감이 은연중에 드러나 있다. 
“야구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고, 내가 은퇴한 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나에게 야구공이 건네졌을 때, 나는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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