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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커피를···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04.1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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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인물들의 회고에는 언제나 눈물겨운 올챙이 시절이 있다. 먹고 살만해졌을 때 과거의 배고픈 추억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포장되는 게 보통이다. 
울티마의 아버지로 유명한 리처드개리엇, 사실 우리 업계에서는 사상 최대의 먹튀라는 비난도 받고 있지만, 롤플레잉 장르를 확립한 그의 업적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에게도 올챙이 시절이 있었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지하 골방에서 라면 먹고 게임 만들던 때라고나 할까.


스무살이 채 넘지 않은 리처드개리엇은 수개월간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하며 ‘울티마1’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게임으로 그는 15만달러라는 거금을 손에 쥐게 된다.
‘울티마1’은 투자 대비 효율 면에선, 그가 이후에 만들어냈던 작품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게임산업의 여명기에는 이처럼 몇 명의 프로그래머가 의기투합해서 채 1년도 안되는 기간에 게임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커맨드앤컨커 시리즈의 ‘웨스트우드’나 둠, 퀘이크 시리즈를 만든 ‘id소프트’ 등도 자신의 집 차고에서 멋진 게임들을 완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 게임업계도 이합집산이 가속화되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인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는 영화나 음반 업계에서도 최근 눈에 띄게 드러나는 새로운 트렌드다.
인디(indie)는 독립 프로덕션으로서 적은 예산으로 제작을 해내는 회사나 그 제작물을 의미한다.


게임업계에서 이런 인디 열풍이 불 수 있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과거에는 규모가 큰 회사가 아니면 가질 수 없었던 유통 채널이 온라인으로 환경이 바뀌면서, 누구에게나 오픈되어 있기 때문이다. 2~3년 전부터 등장한 ‘스팀’서비스나 ‘Xbox라이브 아케이드’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그 벽을 더욱 낮춘 ‘앱스토어’ 등이 주목받는 유통라인이 된 것이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유저들과 다이렉트로 소통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진 셈이다. 유저의 다양한 입맛은 거침없이 제작자들의 귀에 실시간으로 들어가고 있다. 화려한 3D그래픽의 게임보다는 왠지 촌스러워도 개발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애프터서비스가 원활하게 되는 부가적 가치를 중시하는 유저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한 요인이 되고 있는 듯하다.


새로운 인디의 물결을 느낄 수 있는 사례는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신(神)게임으로 유명한 피터몰리뉴의 ‘라이언헤드社’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인물이 개발한 ‘랙 돌 쿵푸’를 비롯해 독특한 음악 액션 게임 ‘오디오서프’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들은 온라인 송신 서비스 ‘스팀’을 활용해 북미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뒀다. 
이들의 게임을 ‘인디’로서 짧은 기간에 간단하게 만들었다고만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규모가 큰 게임회사들도 미처 생각해내지 못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기반이 됐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자라면 최근의 인디 트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특히 앞으로 이 트렌드에 부합하는 게임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면, 산업 자체의 구조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가 점점 맛있게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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