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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인터넷 ‘유감’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04.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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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북한이 쏜 미사일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이 술렁였다. 여러가지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위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고향과 형제를 북에 두고 온 실향민의 자손인 탓인지 미사일보다 오히려 북한 주민들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수백만 주민들이 배를 움켜쥐며 굶고 있는 상황에서 그 정도의 성능을 가진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건, 상식이 있는 사회적 시각으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지금까지의 북한의 행위를 돌이켜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미사일 개발을 위해 적어도 수조원의 비용이 들었을 텐데, 그 정도의 비용을 식량난에 허덕이는 주민들에게 나눠줬다면 그토록 배고픈 땅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달 말 CJ인터넷은 프로야구 공식 스폰서가 되기 위해 35억원이라는 거금을 흔쾌히 내놨다. CJ그룹이라면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대기업 중 한 곳이니 게임시장의 호황으로 살림살이가 넉넉해진 자회사에게 그룹 홍보를 위해 비용을 내라고 했을 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CJ인터넷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후광으로 야구 게임 ‘마구마구’가 덩달아 큰 수익을 올리자 야구 마케팅에 지나치게 빠져든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PC방 점주들이 벌이고 있는 CJ인터넷의 넷마블PC방 불매운동 사태를 접하면서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경기 불황으로 100원이라도 더 수익을 내려고 발버둥치는 벼랑 끝의 PC방들에겐 그토록 매정한 CJ인터넷이 프로야구 스폰서 비용으로는 35억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내놓았다니 왠지 씁쓸하다. 이후 2년간 또 얼마나 많은 비용을 낼 것인가. CJ인터넷은 프로야구 스폰 비용으로 3년간 적어도 100억원 가까이 쓸 것이라는 소리도 들리고 있다.


‘마구마구’가 지난 WBC 대표팀 후원 광고로 2억원 남짓을 쓰고 20배 가까운 마케팅 효과를 냈다고 하니, 기업 입장에서 야구 마케팅에 올인할 수도 있겠다.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의해 서울 시내 모든 고층빌딩에 마구마구 애드벌룬 수천개를 띄운다고 해도 이에 대해 뭐라고 딴지를 걸 수는 없다.


만일 35억원으로 전국의 18,000여개 PC방에 골고루 혜택을 준다면 어땠을까.
2008년 한 해 동안 야구장을 찾은 프로야구 관중이 5백만명을 조금 넘는다고 한다. 전국 PC방에 지난 한해 동안 드나든 이용객이 그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TV중계를 통한 잠재적 노출까지 합한다면 비교에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효과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게임 시장에서 번 돈이라면 게임 산업을 위해 어느 정도는 환원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그게 바로 게임업계의 리딩 컴퍼니로써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 100원이라도 더 벌겠다고 PC방에서 새우잠을 자는 점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게임성만 좋다고 히트하는 시대는 이미 오래 전 이야기다. 우리 산업에도 각자 맡은 바 역할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끊기지 않는 대동맥이 되어준 PC방에 보답은 하지 못할지언정 못살게 굴어서야 되겠나. 양측간의 현명한 합의를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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