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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안해봤으면…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05.1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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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의 업무용 PC로 게임을 즐기는 회사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점심시간이나 일과 시간 이후에 PC 앞에 앉아 게임에 몰입한다. 개 중에는 업무 시간 중에도 상사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게임을 즐기는 ‘중증환자’도 있다. D사의 영업부 직원들은 일과 시간 후에 사무실에서 게임을 즐긴다. 이 회사의 K씨(32세)는 “별다른 약속이 없는 날이면,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1시간정도 게임을 하며 머리를 식히고 귀가한다”면서 “동료들과 저녁내기, 술내기 등의 대결을 하면 흥이 더 오른다”고 말했다.


여기까지 보면, 요즘도 직장 내에서 스타크래프트가 유행이라는 신문 기사라고 속단하기 쉬울 법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내용은 지금부터 무려 26년 전인 1983년 7월 19일자 경향신문 사회면 머릿기사다. 회사 업무용 컴퓨터로 상사의 눈을 피해 전자게임을 즐기는 직장인들의 세태를 꼬집고 있다.


당시의 H사 등은 회사 전산실에 통보해 각 부서마다 비치되어 있는 컴퓨터에 있는 모든 게임 프로그램을 삭제하도록 조치를 내리고 있다. 일부 직원들이 업무 시간중에도 PC로 갤러그 등의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이 어디선가 다시 복사 테이프를 구입해 상사가 없는 틈을 타서 계속 게임을 즐기고, 이후 소규모 도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당시 일부 회사들은 “게임이 개인의 스트레스 해소에는 도움을 줄 지 모르지만, 사내 분위기를 건전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끈다”며, 회사 내 게임 금지령이라는 엄명을 내리기도 했다.


20여년이 지난 2009년의 대한민국에선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점심시간에도 게임을 하지 못하는 직장인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40~50대의 상사들이 젊은 직원들에게 온라인게임을 배우느라 점심 식사를 거르는 일이 더 많지 않을까. 직장인들의 놀이 문화가 당시와는 말도 못할 정도로 바뀌어버렸기 때문이다. 어느 개그맨의 “안해봤으면 말을 하지 말라”는 유행어처럼, 직장인들 사이에서 게임을 못하면 이야기판에 끼어들지도 못하는 시대가 요즘이다. 2000년대의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 ‘한잔’보다 ‘게임 한판’을 더 선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처럼 상사에 의해 억지로 끌려가는 술판은 점점 줄고, 상사를 게임판으로 모셔가고 있는 일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시장에서 30대 직장인층은 소비력과 충성도 면에서 타 유저층에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순발력을 요구하는 캐주얼 게임에는 다소 약하지만, MMORPG처럼 장기간 플레이해야 하는 타입의 게임에선 인내력과 소비력을 가진 직장인층이 월등히 앞선다. MMORPG를 서비스하고 있는 회사라면, 이들의 파워를 종종 느껴봤을 것이다. 넉넉한 소비력뿐 아니라, 끈끈한 커뮤니티를 이끌어가는 맏형 노릇도 능숙하게 해낸다. 자신과 같은 게임을 좋아하는 사이버 공간의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기도 한다.


스타크래프트에 비유해, 초딩을 저글링이라 한다면, 직딩(직장인)은 울트라리스크 쯤의 파워가 될 것 같다. 요즘 직장인의 게임 트렌드는 또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을까. 게임 회사들이 반드시 눈여겨 봐야할 비즈니스 포인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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