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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지혜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06.0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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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플레이할 온라인게임의 클라이언트는 5기가바이트(GB)가 넘으니, 추가 인터넷 비용 3만원을 내시오”
이런 말을 듣는다면, 흔쾌히 온라인게임을 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우리나라의 상식으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이런 일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 서부지역의 대형 ISP사업자인 ‘타임워너케이블’은 지난 4월, 텍사스주 서부의 뷰몬트시 등을 대상으로 ‘밴드위즈캡’이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매월 내려받을 수 있는 데이터량에 따라 5GB, 10GB, 20GB, 40GB 등 네가지 상품으로 3만원에서 많게는 6만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정해진 용량 이상의 데이터를 내려받으면, 1GB 당 1달러의 추가 비용을 청구한다. 과거 아날로그 모뎀이 주류를 이뤘던 1980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인터넷의 이용 시간에 따라 요금을 내는 ‘종량제’개념의 서비스가 회귀한 셈이다.


이 회사는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 뉴욕주 로체스터시,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보로시 등에서도 밴드위즈캡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올 여름에는 텍사스주 전체로 확대하고 이후 전국적으로 이 모델의 적용을 계획하고 있다. 밴드위즈캡 제도 도입의 움직임은 타임워너케이블 이외에도 미국의 2위 ISP사업자인 ‘컴캐스트’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250GB까지 내려받기를 제한한 서비스를 작년 10월부터 시작했다. 또 통신회사인 AT&T도 뷰몬트시와 네바다주 리노시에서 150GB까지 제한된 인터넷 서비스를 시험 운용중이다.


인터넷으로 e-메일이나 채팅, 검색을 하는 사람에게는 별 문제 될 게 없지만 온라인게임을 하는 유저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ISP사업자들이 밴드위즈캡 제도를 도입한 데에는 그럴만한 내막이 따로 있다. P2P 시스템을 이용한 불법 콘텐츠 교류를 막을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 네트워크 산업에 타임워너 같은 영화, 음반 산업과 관련된 회사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작권을 무시한 불법 데이터 교환이 이들 회사에겐 치명적인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황당한 인터넷 서비스에 직격탄은 고스란히 온라인게임 산업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뉴욕 주의회 소속 에릭마사 의원은 “네트워크 산업은 경제 불황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타임워너케이블은 이런 산업의 약진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린즈보로시의 존슨 이본느 시장도 “밴드위즈캡 정책 때문에, 우리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런 환경에서 MMORPG를 만들 의미가 있느냐는 자괴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비유가 적절치 못할 수 있지만, 얼마전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PC방 전면 금연 정책은 미국의 밴드위즈캡과 묘하게 닮아 있는 듯하다. 물론 국민건강을 위한 금연 정책에 반기를 들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우리 온라인게임 시장의 대동맥을 형성해온 PC방에 계획성 없는 전면 금연 정책은 산업을 위축시킬 게 뻔하기 때문이다.
강 건너 불구경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시장에 닥친 문제 해결을 위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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