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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긴장시킨 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06.1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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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 카이로대학의 연설에서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슬람 국가들과의 화해를 위한 제스처라는 것이 세간의 분석이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우리식으로 쉽게 설명하면 바다와 인접한 거제도 포로수용소와 같은 곳이다.


일출이 아름답기로 소문 난 쿠바의 관타나모 만(灣)은 조지부시 대통령 시절, 이슬람 과격파 테러 용의자들을 잡아 가두는 살벌한 수용소로 바뀌었다.  천혜의 요새인 이 곳은 여의도 면적의 13배에 달한다. 쿠바의 영토지만, 미국이 지배하고 있는 복잡한 역사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그 발단은 100년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9년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이긴 미국은 쿠바의 지배권을 확보하면서 관타나모 만에 대서양함대 보급기지를 건설했다. 이후 미국은 쿠바에게 매년 4,085달러를 지불하기로 하고 이 지역을 무기한 임대했다. 1959년 집권한 쿠바 카스트로 정권은 미국에 기지 반환을 계속 요구했지만 묵살당해왔다.
미국이 주창해온 테러와의 전쟁을 상징하는 관타나모 수용소는 인권이 철저하게 무시되고 비인간적인 행위가 난무하는 곳으로 이슬람권 뿐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그래서 이슬람인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폐쇄 발표에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러니하게도 이슬람과의 갈등의 불씨가 아직 남아있는 이 곳을 무대로 한 게임이 개발중이라고 한다. Xbox360과 PC버전으로 올 가을쯤 발매될 ‘렌디션 : 관타나모(Rendition: Guantanamo)’이다. 화제의 포로 수용소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오바마 조차도 감추고 싶어하는 미군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내용은 아닌 듯하다. 2010년초 미군 대신 용병부대가 관리하는 근미래의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생체실험 도구가 되어버린 죄수가 탈출에 성공하고, 관타나모에 남겨져 있던 아들을 구출한다는 스토리다.


워낙 민감한 지역을 테마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회사인 T-엔터프라이즈 측은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영국의 뉴스 사이트 ‘데드라인 스코틀랜드’의 보도에 따르면, 이 게임은 사회적으로 오해를 부를 소지가 높기 때문에 자극적인 방향을 피해 개발했으며, 정부의 눈치를 살피다가 결국 허가도 얻어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측으로부터 게임에 관한 불만을 토로하는 항의 편지가 쇄도하고 있는 듯하다. 개발사측은 이에 대해 게임 내에서  미군이나 영국군 병사가 죽는 묘사는 전혀 없고, 죽는 것은 용병뿐이라고 적극 항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사측은 가상의 시나리오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관타나모 수용소 현장의 리얼한 표현을 위해 수감 경험이 있는 ‘모아잠 베그’씨를 컨설턴트로 참여시키고 있다. 그는 2002년 1월 테러 혐의로 체포되어 관타나모 수용소에 3년간 수감된 경험을 가진 인물이다. 고문 등 가혹한 수용소 생활을 바탕으로 내부 구조나 분위기를 개발사에 어드바이스하고 있다. 모아잠 씨는 현재도 관타나모의 수용자들을 석방하는 운동을 전개중으로 “이 게임이 수용소의 현실을 왜곡되지 않게 하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게는 감추고만 싶은 치명적인 소재를 채용한 게임 ‘렌디션 : 관타나모’의 향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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