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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토 사장의 파격 소통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06.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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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기 올려! 백기 내려!  청기 올리지 말고 백기 내려!
십여년 전 오락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캡틴플래그’라는 게임을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게임기에서 흘러나오는 대사만큼이나 그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얄미울 정도로 기발했던 것 같다.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지금까지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잘레코.


올해초 잘레코홀딩스는 그룹 내에서 게임 사업을 도맡았던 자회사 잘레코를 한국 게임하이의 일본법인 ‘게임야로우’에 매각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매각대금이 1엔, 우리돈으로 13원 정도였다. 물론 지주회사로부터 빌린 대출금 7억엔을 게임야로우가 떠안는 조건이 붙었다.
과거에도 한국과 인연이 깊었다. 1993년에는 당시 닌텐도의 슈퍼패미콤을 국내에 유통했던 현대전자와 공동으로 ‘한국프로야구’라는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이래저래 게이머를 끌어당기는 파격적인 게임 기획과 돌발 행보를 보여왔던 잘레코는 최근 사장의 돌출 행동으로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회사의 카토 사장은 익명성이 보장된 일본에서 가장 압도적인 커뮤니티 사이트 ‘2ch(니찬네루)’에 본인의 실명으로 직접 파격적인 안건을 올리고, 이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답변하고 있다.
2ch는 우리나라로 치면, DC인사이드 같은 사이트 내에서의 독특한 말투와 댓글 패턴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나 적응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카토 사장은 세대를 뛰어넘어 2ch유저들과 무례해 보일 정도의 친근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의 소개를 하자 “카토야 너 벌써 자니?”라는 댓글이 올라오고, 카토 사장은 “왜 이 녀석아”라고 답변하는 식의 파격 소통을 하고 있다. 때로는 회사의 방향성을 묻는 “잘레코는 온라인게임과 콘솔게임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둘꺼냐?”라는 질문에도 “당장은 콘솔에 중점을 둘 것이지만 2년정도 후에는 다운로드 콘텐츠나 온라인이 중심이 될 거다”라고 당당하게 답하고 있다. 
익명의 유저로부터 “내가 어렸을 적에 봐왔던 잘레코는 쿠소게(졸작 게임)를 만드는 회사의 이미지가 강했지”라는 비판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카토 사장을 결코 흥분하지 않는다. “나 역시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해. 그래서 내 월급을 털어서라도 쿠소게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어”라고 의연하게 답변하고 있다.
 
카토 사장은 2ch의 유저들을 자사의 신작과 관련된 미끼로 자신의 블로그로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 있다. 블로그에는 회사가 도산할 수도 있다는 크리티컬한 내용을 투고해 유저들의 동정표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망하기 전에 제대로 승부를 보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통해 잘레코의 과거 팬들까지도 규합시키고 있다.
그는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 ‘붕괴의 서막’이라는 왠지 자학적인 타이틀을 올리며 신작의 개발을 알리고, 유저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철저하게 게임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벼랑 끝에 몰린 처지에서 나오는 최후의 발악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카토 사장이 시도하고 있는 엔드유저들과의 파격 소통은 잘레코 부활에 결정적인 힘으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다.
카토 사장의 파격적 행보는 어느샌가 권위적인 모습으로 바뀌어버린 국내 게임회사 사장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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