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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당신을 돼지로 만든다?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07.2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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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일단 피우게 되면 끊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애연가인 필자에게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에 부담을 주는, 담배갑에 써있는 경고 문구다.
그래도 피운다는 신념으로 고집을 꺾지는 않고 있지만, 흡연자의 입장에선 여간 거슬리는 경고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만일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경고문을 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게임은 당신을 돼지로 만듭니다. 일단 시작하게 되면 살을 빼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황당한 이야기 같지만, 현재 북미에서는 이런 경고문을 게임 패키지에 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단다.
이런 상상을 초월한 주장을 하는 사람은 현지의 다이어트 전문가로 유명한 ‘매트 리스크라’는 인물이다. 그는 휘트니스와 관련된 유명 블로그에 위피트(Wii Fit)를 조목조목 분석해 BMI(키와 체중의 비율을 바탕으로 환산한 비만도 지수)와 밸런스 연령에 의한 신체 측정이나 훈련 등의 내용이 무의미한 것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람들의 활동량을 더욱 높이기 위해 닌텐도가 다양한 휘트니스 게임들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미국인들의 비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아직도 멀었다고 매트 씨는 말한다. 이 때문에 그는 “게임도 담배나 술 처럼 경고문을 부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닌텐도의 위피트처럼, 그럴 듯하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활동량을 높이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소비자를 착각 속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예를들면 위피트 패키지에는 “이 제품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당신은 나태해지고, 비만 체형이 될 것입니다”라고 씌여진 경고문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며 구체적인 문구까지 제안하고 있다.
물론 매트 씨의 의견이 현지에서 전적으로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게이머들은 의자나 침대에도 “너무 오랫동안 앉거나 누워있으면 디스크의 위험이 있다는 경고문을 붙여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또 비만 경고문이라면, 게임기보다는 소다 음료나 패스트푸드에 더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인 조 버커 씨가 게임에 담배 경고문 같은 강력한 메시지를 붙여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제품안전협회와 새로운 규정을 마련해 13세 이상의 등급을 받은 모든 게임 패키지에는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는 법안을 주정부에 제출했다. “폭력적인 게임에 과도하게 접하면 공격적 성향이 나타나기 쉽습니다.”라는 문구도 이미 제출한 서류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폭력적인 콘텐츠가 게이머들을 공격적으로 변하게 한다는 것에 관해서 어떠한 과학적인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나온 그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현지 업계인들의 중론이다. 특히 미국에는 게임을 심의하는 ESRB(Entertainment Software Rating Board)라는 기관이 지정해주는 등급이 있기 때문에 버커 씨의 법안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의 극렬한 보수파들의 행동이지만, 게임이 산업적으로도 깨나 앞서있는 미국에서 담배 등의 유해한 것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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