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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하면 감옥 보낸다니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07.2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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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말이면 독일의 라이프치히에서 유럽 시장 최대의 온라인게임 전시회인 ‘게임스컨벤션 온라인’이 열린다. 이 때문에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온라인게임 관계자들의 관심이 독일로 집중되고 있다. 


‘게임스컨벤션온라인’ 말고도 최근 독일 게임업계가 주목 받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독일의 칼슬루에시(市)에서 400여명의 게이머들이 모여 벌인 시위 때문이다.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어지간해서는 보기 드문 게이머들의 데모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유럽 지역에서는 게임산업을 리드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독일 정부의 만행(?)이 이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든 것이다. ‘폭력 게임’의 판매는 물론 개발까지도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하겠다는 독일 정부의 황당하고도 충격적인 발표가 게이머들을 화나게 한 것이다. 이 규제 법안이 통과되면 ‘폭력 게임’을 만든 개발사, 이를 유통한 회사는 물론 게임을 플레이한 게이머들에게까지 벌금과 최고 1년의 징역형을 내린다는 것이다.

특히 이 법안을 발의한 사람은 독일의 내무부 장관이다. 그는 “폭력 게임은 인간의 폭력적인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매우 자극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충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폭력 게임이란 범위를 어디까지 규정하고 있는지는 매우 모호한 듯하다.


올해 3월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서는 17세 소년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소년의 방에서 ‘카운터스트라이크’의 게임 패키지가 발견됐다. 이 사건과 게임과의 명백한 연관성도 찾지 못했지만,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김일병 사건 때처럼 게임은 독일 사회에서 뭇매를 맞게 된 듯하다. 어쨌든 독일의 정치권에서도 흉악 범죄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이런 사회적인 규제 분위기 속에서 당초 8월에 칼슬루에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카운터스트라이크의 랜 파티 ‘컨벤션 엑스트림(Convention-X-Treme)’이 시 정부에 의해 불허된 것이다. 카운터스트라이크를 좋아하는 FPS게이머들은 즉각 반발했고, 정부를 상대로 한 반대 데모를 결행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에 의해 폭력게임으로 규정된 카운터스트라이크 게이머들의 데모는 전혀 폭력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튜브에 올라간 동영상을 통해서도 이들의 평화적인 행진과 참가한 게이머들끼리 활발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들이 확인되고 있다. 


이달 25일에 칼슬루에시를 비롯해 베를린, 쾰른 등 3개 도시에서 동시에 두번째 데모가  예정되어 있다. 이와 함께, 독일 정부의 게임 규제 법안 재검토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5만명 이상의 서명이 있으면 정식 탄원서로 인정되고, 정부가 이를 심의할 때, ‘국민의 소리’로서의 효력을 발휘한다. 놀라운 것은 8월 28일까지 5만명 서명을 모으는 것이 목표였지만, 7월 8일에 시작된 서명 운동은 일주일 만에 5만 6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다른 나라의 황당한 이야기지만, 아직도 게임은 가치 있는 문화산업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자극적인 놀이로 치부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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