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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바퀴벌레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08.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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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게임산업개발원의 우종식 전 원장과 술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다. 요즈음의 게임 업계 화제와 신변잡기 등 한참동안 이야기 꽃을 피웠다. 게임 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강조하는 그의 말 중에 아주 공감 가는 내용이 귀에 쏙 들어왔다.


요약하면 “게임은 바퀴벌레”라는 그 만의 지론이다. 얼핏 들으면 지나친 비유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은 그 옛날 원시시대부터 존재했으며, 앞으로도 소멸되지 않을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놀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게임의 기본이 되는 경쟁이라는 요소를 내세운 논리이긴 하지만,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멋진 비유라는 생각이 자리에 함께한 모든 이들의 일치된 느낌이었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게임 속에서 살아왔지만, 디지털화된 게임에는 아직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심시티 시리즈와 스포어 등으로 유명한 게임 크리에이터 윌라이트(Will Wright) 씨의 생각도 크게 다르진 않은 듯하다. 그는 얼마전 한 북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게임에 대한 이해가 사회적으로 낮은 것은 게임업계가 12세정도의 남자 아이들에만 눈높이를 맞춰 게임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미 20여년간 게임을 개발해온 그의 사고 속에도 게임은 아직도 문화적인 편견 속에서 왜곡되어 있으며, 게임업계가 이를 개선하지 못하고 스스로 그 문화의 폭을 아이들의 놀이로 국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윌라이트 씨는 “게임은 인간에게 있어 오래전부터 친숙한 존재로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바둑이나 체스 등에서 전략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를 배우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기성 세대들도 결국 경쟁이라는 게임을 통해 자라왔지만, 어느틈엔가 그 문화를 자신들과는 동떨어진 유치한 것, 말하자면 비생산적인 심심풀이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교적 원로급에 속하는 윌라이트 씨 말고도 젊은 크리에이터들도 이같은 인식에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북미에서는 꽤 알려져 있는 댓게임컴퍼니의 젊은 CEO 제노바 첸 씨도 윌라이트 씨의 인터뷰와 비슷한 시기에 게임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같은 내용을 지적하고 있다.


제노바 씨는 컨퍼런스에서 “게임의 본질은 지난 20년간 크게 바뀐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게임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폭넓은 정서를 충분하게 일깨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성숙되지 못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는 꽤 많은 어른들도 게임을 즐기고 있지만, 아이들의 장난감 정도로 치부되는 것이 바로 산업적 성숙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게임이라는 놀이문화와 인간의 정서라는 키워드에 있어서, 세사람은 거의 일치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윌라이트 씨가 12세 남자아이의 눈높이라고 콕 집어서 언급하고 있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타깃 연령의 수준이 10대층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우리는 지나치게 게임의 흥행에만 치우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세상의 모든 경쟁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풀어가야할 숙제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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