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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08.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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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디지털 포럼 2008’ 개막식에서 ‘게임은 21세기의 문학’이라고 극찬했다. 이어서 한국은 게임인구가 2천만명이나 되는 게임 대국, 세계 게임의 시험 무대라며 잇달아 핑크빛 발언을 쏟아냈다.


이와 함께 ‘글로벌 허브센터’를 설립해 한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게임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미래 비전도 제시했다.


올해 2월에는 과천정부청사를 방문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우리 초등학생들이 닌텐도 게임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우리도 이런 것을 개발할 수 없느냐”고 게임 하드웨어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 중 게임산업에 대해 가장 큰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일부이긴 하지만 국회의원들도 게임산업 관련 법안과 e스포츠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게임이 산업적으로 성장하면서 정치가들의 발언은 업계에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한마디 한마디가 게임업계를 울고 웃게 만들 만큼 그 파장은 강한 법이다.


얼마 전 영국의 브라운 총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의 발언으로 영국 게임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의회가 쉬는 동안 스코틀랜드 자택에서 자식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나이 어린 두 아들을 둔 브라운 총리는 워낙 바쁘기 때문에 아버지 노릇을 하지 못했던 게 당연하다.


그는 아들들과 휴가 중에 함께 PC게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휴가 때엔 아들과 위 스포츠(Wii Sports) 대결을 해 참패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브라운 총리는 가족과의 휴식에 게임을 활용한다는 점을 은연 중에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브라운 총리와는 상반된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경우다. 백악관에는 이곳을 방문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닌텐도Wii 등의 게임기가 설치된 방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게임에 관심이 있는 지도자로 비쳐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6월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가정에 “Xbox를 잘 관리해 달라”며 특정 게임기를 지목해 구설수에 올랐다. Xbox를 고장 나지 않게 관리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어린이들이 지나치게 게임을 하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모는 책임을 다해 교육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 “아이들이 낮에 오랜시간 게임을 하느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물론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써 당연한 지적이다.


이 발언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즉각 항의 성명을 냈다. “Xbox360은 부모가 아이들의 게임 플레이 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유일한 게임기”라며 강력하게 대응했다. 또 아이들이 플레이하는 게임을 부모가 무선 네트웍을 이용해 원격으로 제어하는 ‘페어렌탈 콘트롤’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미국 게임 업계는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최고 지도자들의 게임에 대한 발언은, 양국의 시장 상황과 반드시 비례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 게임시장에 비해 영국은 유럽 내에서도 점점 게임 산업이 쇠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엉뚱한 상상이지만, 브라운 총리처럼  게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내비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 업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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