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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콤의 ‘新아메바 경영’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09.0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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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켄~” “쇼류켄~”이 연방 터져나오는 오락실의 풍경은 지금 30대 이상의 성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을 법하다. 격투게임의 원조격인 ‘스트리트파이터’의 멋들어진 캐릭터들이 필살기를 내뿜을 때, 외치는 기술 이름이 바로 그것이다. 캡콤은 그 유명한 게임을 만들어낸 회사다. 이 회사는 ‘스트리트파이터’ 말고도, ‘바이오하자드’를 비롯해 최근의 ‘몬스터헌터’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히트작을 쏟아냈다.  


그런 히트 메이커 캡콤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때가 2002년경이다. 회사 내 여러 개발 스튜디오들은 경쟁적 관계로 서로 우수한 인재를 뺏고 빼앗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나의 스튜디오가 인기 시리즈를 발매해도 그 노하우가 다른 스튜디오로는 절대 공유되지 않았다. 결국 회사는 적자 경영에 허덕이게 됐다. 


이때 캡콤의 쯔찌모토 회장은 과감하게 조직 개혁을 단행했다. 각 조직을 20명 미만으로 세분화해 다시 꾸리고 각각 독립채산제로 운영했다. 그리고 매일 결산을 내서 실적이 부진한 곳은 과감하게 접는 이른바 ‘아메바 경영’이었다. 


일본 최대의 전자 부품회사인 교세라의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가 고안한 새로운 조직 관리 방식인 ‘아메바 경영’은 토요타는 물론 삼성도 벤치마킹할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캡콤은 이 방식을 보다 유연하게 바꿨다. 게임 개발사가 하나의 타이틀 개발에 투입하는 직원수는 50~100명정도가 보통이다. 타이틀마다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대형 게임사의 규모라면  30~40개 정도의 개발팀이 운영된다. 그러나 캡콤은 부문마다 종적(縱的)인 기본 조직을 두고, 이들 조직의 업무에 관여하는 프로젝트팀을 별도로 두는 ‘매트릭스 조직 방식’을 고안했다. 그 결과 소규모 팀은 120개나 됐다. 각 팀은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된 10명 미만의 작은 조직이 됐고 한사람의 직원은 여러 팀에 소속된다. 이 작은 팀이 마치 아메바와 같이 자유자재로 시의적절하게 변형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여러종류 게임의 개발에 참여할 경우 생겨날 수 있는 업무의 복잡화는 캡콤이 고안한 ‘MT프레임워크’라는 개발공정 시스템으로 해결해나갔다. 개발 공정의 표준화에 의해 각 개발자들의 작업 부담을 줄이고 유연하게 팀간을 이동하면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개발을 총괄하는 프로듀서는 회의를 통해 기획서의 승인을 얻고, 그 후에 마케팅이나 영업 직원을 합류시켜 수익계산표를 작성한다. 이 계산표가 경영진 최종 허가를 얻으면 타 개발팀에서 팀원들이 단계적으로 가세하고 100명 규모의 팀이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한다. 


이후 게임이 출시돼 30만개가 판매되는 시점에 콘텐츠나 모바일 관련 직원들이 합류해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의 멀티미디어 전개를 시작한다. 이 같은 방식을 취한 캡콤의 ‘新아메바 경영’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그 결과 탄생한 대표적인 히트작이 몬스터헌터 시리즈다.


언제까지나 영원할 수 있는 기업은 있을 수 없다. 특히 게임업계의 경우, 타이틀 하나에 울고 웃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위기가 닥친 순간 과감한 변혁을 시도한 캡콤의 도전정신은 그래서 더욱 빛나 보인다. 특히나 급성장의 후유증으로 어딘가 엉성해 보이는 우리 업계의 회사들에게 ‘캡콤의 新아메바 경영’은 좋은 교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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