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친구를 알게 된다는 건 어딘지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특히 친구의 이성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몇 년 전 유행했던 CM송 가사처럼, 친구의 친구를 사랑(?)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바쁘다 바뻐’를 외치는 요즈음 같은 시대에 시간을 내서 친구의 친구를 함께 만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생겨난 게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이고, 온라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친구의 한국 친구뿐 아니라, 외국 친구와도 매우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친구의 친구를 만나서 뭘 하지? 라는 의문에 빠질 수도 있겠다.
최근의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는 이른바 소셜게임(Social Game)이란 게 새로운 트렌드로 꿈틀거리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같은 수억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가진 사이트에는 이들을 위한 놀거리가 속속 붙여지고 있다. 물론 소셜 게임은 비디오게임이나 온라인게임 같은 화려함은 갖고 있지 않다. 그래도 하루에 수백만명의 이용자들이 소셜게임에 흠뻑 빠진다.
게임의 본질인 경쟁구도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기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많은 친구들을 게임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온라인게임의 집객 마케팅을 위한 ‘친구 추천’을 회사가 강요하는 것이 아닌, 이용자 스스로가 손가락에 땀 나도록 하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게임을 하면서도 아이템 하나 사는 걸 주저했던 사람들이 친구를 끌어들이기 위해 소셜게임의 아이템을 마구마구 사들이는 걸 보면 의아할 정도다.
페이스북에서 유행하는 대표적인 소셜게임이 마피아워즈다. 웹게임처럼 매우 단순한 조작으로 플레이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설정에 따라 의외의 결과나 나오는 재미가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친구를 마피아 조직에 끌어들여 상대편 조직과 전쟁을 한다는 내용은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징가(Zynga)라는 소셜게임만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는 마피아워즈와 뱀파이어워즈, 텍사스홀덤 등 10여개 타이틀을 서비스하면서 6천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확보했고, 올해 매출만 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설립된 지 2년도 채 안되는 플레이피시라는 회사는 7개의 소셜게임을 서비스해 3천만명이 넘는 회원을 갖게 됐다.
안철수연구소의 사내벤처 ‘고슴도치플러스’도 최근 소셜게임 ‘캐치미이프유캔(Catch Me If You Can)’을 페이스북에 론칭해 5만명의 이용자를 모으고 있다. 이미 북미 시장에 진출한 한국계 회사들은 페이스북용 게임의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소셜게임은 시장 포화와 매출 증대의 한계에 부딪힌 국내 게임회사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부분유료 아이템의 기획력이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있는 한국 회사들의 소셜게임 개발 참여는 새로운 수익과 함께 관련 시장의 발전을 함께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개발에 지나치게 올인하고 있는 국내 게임회사들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시대는 더 이상 화려한 그래픽과 편리한 시스템을 탑재한 고퀄리티의 게임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소셜게임은 웹게임과 함께 우리에게 새로운 차세대 먹거리가 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