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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원짜리 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11.2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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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청년이 있었다.
그들은 한창 잘 나가던 일렉트로닉아츠(EA)를 과감히 때려치우고 게임개발사를 차렸다. 2D Boy라는 회사는 그 이름처럼 직원이 단 두명에 불과하다.


‘카일 가블러’가 게임 디자인과 아트, 사운드를 맡았고, 또 한명의 설립자 ‘론 카멜’이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그들은 1년여에 걸쳐 ‘구의 세계(World of Goo)’라는 퍼즐 게임을 만들어 2008년 10월 닌텐도Wii웨어용과 PC, 매킨토시, 리눅스 버전으로 발매해 총 15만회에 달하는 판매를 기록했다. 
게임 개발은 철저하게 헝그리 정신의 기반 하에서 진행됐다. 물리연산을 위한 ‘오픈 다이나믹 엔진’을 비롯해 모든 것을 오픈소스로 충당했다. 특별히 투자를 받지도 않았고 사비를 털어 세운 회사라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개발 상황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블로그와 메신저 등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들은 기존의 게임회사와는 전혀 다르게, 비즈니스의 대담함에서도 상상을 초월했다. ‘구의 세계’를 발매하기 전부터, “우리들은 DRM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발표한 것이다.


DRM(Digital Right Management)은 복제 방지용 프로텍트 기술이다. 한마디로 우리 게임에는 방지 프로텍트를 걸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 게임을 사전 주문한 유저들에게는 “우리 게임에는 DRM을 사용하지 않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을 무단으로 인터넷에 업로드하지 않아주셔서 미리 감사드립니다”라고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카피가 가능한 게임이라는 것을 굳이 공개할 필요가 있었을까.


2D Boy의 대담한 시도는 누구나 예상했던 것처럼 좋지 않았다. PC판 ‘구의 세계’의 90%가 불법 다운로드에 의한 것이라는 유감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유럽과 남미 지역에서는 인증키를 무효화시키는 시도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은 게임 발매 1년이 지난 올해 9월 또 다른 기상천외한 프로모션을 발표했다. 공식 사이트를 통해 게임의 가격을 유저가 맘대로 정해서 구입해 가라는 것.


한 달만에 5만 7000명의 유저가 자기 맘대로 가격을 정해 게임을 사갔다. 원래 정해진 게임 가격은 20달러였지만, 50달러를 내고 사간 유저도 있었다. 그러나 단 4명에 불과했고, 1센트만 낸 유저는 1만 6852명, 결국 2달러 전후로 가격을 매긴 유저들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기간 스팀 서비스 등의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5달러로 가격을 인하해 판매하기도 했지만, 공식 사이트의 ‘맘대로 가격’프로모션으로 유저들이 몰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지간한 회사였다면, 다시는 이런 기획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겠지만, 2D Boy는 이 난감한 결과에 대해 오히려 프로모션 기간을 한달 더 연장하기도 했다. 그들은 ‘맘대로 가격’프로모션의 결과 데이터를 향후 게임 비즈니스의 새로운 분야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의 설립자는 게임 시장의 미래를 바꿔줄 아이폰 시장에도 참여하기 위해 스마트폰 전용 게임 회사인 ‘마이크로’를 설립한다. 마이크로라는 이름에서 2D Boy의 설립 취지에 걸맞는 소수정예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들이 게임계의 이단아처럼 보이긴 하지만, 때로는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어딘가 별난 상상에서 시작된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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