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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캐릭터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12.1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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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시대가 열린지 10개월여가 지났지만, 오랜 기간 깊게 뿌리박힌 인종 차별문제는 아직도 미국 사회의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다.


사회적 인종 차별 문제는 물론이고, 게임 내에서의 차별도 꽤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주로 백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게임 산업에서 마이너리티일 수밖에 없는 흑인이나 히스패닉(Hispanic)계 게이머들은, 거의 모든 게임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백인 캐릭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와 관련되어 북미의 한 게임전문 사이트에 실린 흥미로운 내용을 전하고자 한다.


조지아주 메콩 출신의 퍼거스 밀즈라는 게이머는 “Xbox LIVE의 게임 아바타를 자신과 같은 피부색의 흑인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그는 겉모습은 흑인이지만 아바타의 제스처나 액션이 어딘지 흑인같지 않은 미묘한 위화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내가 설정한 아바타는 마치 흑인 가면을 쓴 백인이 행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도무지 몰입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히스패닉계 게이머로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원에서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하고 있는 라파엘 산체스 씨의 장래 희망은 게임 개발자라고 한다. 그가 만약 게임 개발자가 된다면, 북미 게임업계 내에서 불과 2.5%밖에 차지하지 않는 히스패닉계 게임 개발자가 되는 것이다. 산체스 씨는 자신이 플레이해본 게임에서 히스패닉계 캐릭터가 등장하는 타이틀은 극소수의 격투 게임 이외에는 없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격투 게임에는 백인 캐릭터 중심의 캐스팅이 이뤄지고, 등장인물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흑인 캐릭터가 추가된다. 철권 시리즈의 에디골드나 데드 오어 얼라이브의 잭 등이 대표적인 흑인 캐릭터이고, 이들 또한 주역이라기 보다는 악역에 가까운 타입으로 등장하는 게 현실이다. 히스패닉 계열 캐릭터는 흑인보다도 더 적다. 캐릭터의 타입도 멕시코 출신 레슬러라는 설정이 대부분이다.


산체스 씨는 히스패닉계 캐릭터가 게임에 좀처럼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업계 내에 넓게 깔려있는 인종차별적 문화를 꼽고 있다. 백인 개발자들이 다른 인종을 게임에 등장시키는 것 자체를 꺼린다는 것이다.


그래픽적 묘사에 있어서도 백인이나 흑인과 달리,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특징을 뽑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란 분석도 내놨다.


히스패닉계 캐릭터가 멕시코 출신 레슬링 선수에 치우쳐있는 것에 대해서는 인종차별이나 편견보다는 대부분의 백인 개발자들의 생각(기획)으로는 그것 이상 새로운 창작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들어 흑인 캐릭터를 주역으로 등장시켜 호평을 받고 있는 타이틀이 ‘레프트4데드’이다. 4명의 주인공이 한 조가 되어서 좀비를 퇴치하는 이 게임에는 ‘루이스’라는 아프리카계 흑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기존의 격투게임에 등장했던 무자비한 악역이 아니고, 게임의 전체 흐름을 주도하는 명석한 두뇌를 가진 흑인 캐릭터를 창조해 낸 밸브(Valve)사는 이 게임으로 인해 많은 흑인 게이머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미국의 인종 차별문제가 우리와는 큰 관계가 없는 듯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갈수록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북미 온라인게임 시장 진출을 고려한다면, 인종 문제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미 현지에 진출해 있는 스페셜포스나 마비노기 등 일부 게임에서는 최정예 흑인병사와 흑인 여성NPC를 게임에 등장시키는 현지화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인종 차별과는 관계없이 말이다.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에서 설정 가능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시스템도 북미 시장에 진출할 때는 조금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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