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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후진국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10.01.0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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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하우스, 블루 마운틴, 골드 코스트 등을 여행한 사람은 누구나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한번쯤 더 가보고 싶은 파라다이스 같은 나라가 호주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려오는 외신들을 보면, 그 경치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게임에 관해서는 아름답지 않은 나라인 듯하다. 오히려 악명 높은 쪽에 가까워 보인다.
 
# 2009년 2월 호주 뉴사우스 웨일즈 지방법원은 황당한 법안을 들고 나와 현지 게이머들에게 비웃음을 크게 샀다고 한다. 일명 온라인게임 규제 법안이 바로 그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략 이렇다. 온라인게임이라도 호주 내에서 서비스를 하려면 클라이언트를 CD에 담아서 게임매장을 통해 판매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클라이언트 용량이 크기 때문에 게이머들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이해한다면 수긍할 만하다. 그런 유통 방식을 취하는 나라도 몇몇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게임도 반드시 싱글플레이 모드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를 위반하면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으면 1,000만원의 벌금이나 12개월의 징역형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는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뿐만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도 해당된다니 황당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온라인게임이라는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바보같은 법안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현지 게이머들은 “호주에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400만명이나 되는데, 이들을 전부 수용할 수 있는 형무소가 있느냐”고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 지난 6월 호주 정부는 연방등급법에 의해 15세 미만의 국민은 해당등급에 맞지 않는 게임은 물론이고 관련 웹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겠다는 검열 방침을 발표했다. 검열 대상은 매장에서 판매되는 패키지 게임뿐 아니라, 온라인게임, 웹게임, 플래시 게임과 이것을 소개하는 게임 사이트까지 범주에 넣고 있다.


호주의 정보통신부가 전면적인 인터넷 검열 정책의 도입을 발표하자,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의 인터넷 반역자상 후보에 해당 장관을 지명하고 있다. 또 ‘국경없는 기자단’은 국민의 알 권리를 차단하는 인터넷 검열 국가 리스트에 호주를 추가해 감시하고 있다.


호주의 연방등급법이 규정하고 있는 15세를 기준으로 한 등급정책은 게임 발매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는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해도, 호주에서는 등급 심사가 거부되거나 게임의 내용을 15세에 맞게 대폭 수정해야만 출시가 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수고스러움을 감수해가며, 그토록 깐깐한 호주 시장에서 수익을 내려는 게임 회사는 극히 드물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이와 관련해 현지 미디어들과 업계에서는 18세 이상의 연령등급을 추가해달라는 캠페인과 궐기대회 같은 항의 활동을 벌이고 있을 정도이다. 


사태가 이쯤 되자, 최근 호주 정부는 게임 등급 정책 개정의 시비를 가리겠다고 발표했다.  e메일과 팩스, 편지 등 모든 수단을 이용해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모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한걸음 뒤로 물러선 것이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그곳에선 벌어지고 있다. 세계 어디를 가나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산업 발전을 역행시키는 독버섯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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