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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를 아십니까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10.01.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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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생명보험회사가 자사의 상품에 가입한 30대 직장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당신은 MMORPG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릅니까”


이런 질문에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도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MMORPG가 무슨 뜻이냐”라든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냐“고 반문했을 게 뻔하다. 


온라인게임, 특히 MMORPG라는 장르가 우리나라에서 대중화됐다고들 흔히 말하지만 실제로 RPG나 FPS라는 장르명까지 상세히 알고 게임을 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더욱이 게임을 전혀 해보지 않는 사람들은 더욱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는 꽤 다르다. 이미 수십년에 걸쳐 가정용 게임시장이 형성되고 발전해왔고 특히 롤플레잉이라는 장르를 세계적으로 대중화시킨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엔딩 장면을 보며 게이머를 눈물 짓게 만드는 감동적 RPG를 탄생시킨 나라이기도 하다.


일본의 보험회사인 라이프넷생명은 얼마전 자사의 보험 계약자 중 1970년대에 태어난 남성1,000명을 대상으로 ‘게임’에 관련된 앙케이트 조사를 실시했다.
그들에게 “RPG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RPG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어린시절 또는 현재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명을 망설임없이 써내려갔다.


역시나 30대 남성들의 기억 속에 가장 깊이 새겨져있는 것은 일본의 국민게임이라 불려온 ‘드래곤퀘스트 시리즈’였다. 응답자의 66.7%가 이 게임을 선택했다.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로 23.5%. 드래곤퀘스트와 함께 롤플레잉 게임의 양대산맥이라 일컬어졌던 파이널판타지를 꼽은 남성은 예상 외로 적었다. 테일즈 오브 시리즈는 2.3%에 불과했지만 3위를 차지했다. 


특히 30대 초반의 응답자군에서는 73.3%가 드래곤퀘스트를 선택해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였다. 또 전체 응답자 중 90%가 과거에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를 플레이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으로 1988년 발매된 ‘드래곤퀘스트3 그리고 전설로...’를 선택했다. 응답자들은 중.고교 시절 드래곤퀘스트3를 사기위해 전국의 게임매장 앞으로 빙글빙글 몇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린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단다. 당시의 드래곤퀘스트 열풍은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각종 미디어에 보도되면서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렇듯 일본 사회에서 게임에 관한 인식은 시장의 오랜 전통만큼이나 순수한 놀이문화로써 깊게 뿌리내려 있다. 게임과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보험회사의 일반적인 설문조사 테마가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것이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이니 말이다. 게임에 대한 인식도 중요하지만, 소년 시절 RPG의 순수한 재미와 감동을 느꼈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런 답변이 나왔을 것 같다.
 
앞으로 10년쯤 후에, 30대가 된 우리의 게임세대들에게 MMORPG에 대해 물어봤을 때, 순수한 감동의 추억으로 게임을 회상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반복적인 사냥과 치열한 전쟁, 그리고 아이템에 울고 웃었던 그저그런 기억만이 남아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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