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물음표의 들판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10.02.08 09:21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콘솔과 아케이드, PC게임 등이 오랜 기간 군림해왔던 게임계에 소셜게임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제대로 명함을 내민 것은 불과 3~4년 전의 일이다.


그것도 마이스페이스(2003년), 페이스북(2004년)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는 일반적인 커뮤니티 플랫폼에 간단한 미니게임을 붙여놓은 것이 발단이 됐다. 콘솔게임과 비교하면, 소셜게임은 곁방살이로 시작해 몇 년 만에 주인집을 사버릴 정도로 부자가 된 셈이다.


소셜게임 성장의 기반을 다져준 페이스북은 2009년 4월에 2억명의 액티브 유저를 모았다고 발표했고, 그 해 연말에는 3억 5천만명으로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고공 성장하고 있다. 이미 전세계 60여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그들 중 50%정도가 매일 페이스북에 로그인한다고 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2008년도 페이스북의 연간 매출은 3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3,400억원에 달한다. 그 중에 20% 가까운 매출이 소셜게임에 의해서 발생됐다고 한다. 소셜게임은 페이스북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캐쉬카우가 된 것이다.


페이스북에 간단한 미니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징가사나 플레이피쉬, 록유, 플레이돔 등과 같은 소셜게임 개발회사들이 기존 게임업계로부터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공룡 게임 기업 일렉트로닉아츠(EA)가 자사의 캐주얼 게임 부문 강화를 목적으로 소셜게임 그룹 중 2위를 달리던 플레이피쉬를 지난해말 3억달러에 사들인 것만 봐도 그들의 높은 관심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플레이피쉬는 변변한 자본금도 없이 맨주먹으로 일어난, 말하자면 헝그리 정신으로 똘똘 뭉친 회사였다고 한다. 그러나 불과 2년만에 3억달러의 가치를 가진 회사로 변모한 걸 보면, 소셜게임이라는 트렌드가 얼마나 급성장하고 있는 비즈니스인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플레이피쉬보다 한 술 더 뜨는 곳이 소셜게임의 큰 손, 징가(Zynga)사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이 회사는 2007년 7월에 설립된 개발사이다. 처음에는 포커 등 간단한 웹보드게임을 만들었지만, 2008년 7월에 3천만달러 가까운 투자를 받고 사세를 확장시켜 나갔다. 주머니가 두둑해져 개발 환경을 대폭 개선한 그들은 마피아워즈, 팜빌, 요빌 등을 페이스북에 론칭해, 잇달아 대박을 터뜨렸다. 매달 1억명의 유니크 유저가 징가사의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니 천하의 블리자드도 부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소셜게임의 발전은 아직도 더딘 게 사실이다. 울티마온라인의 리드 디자이너로 유명한 라프 코스타가 개발한 메타플레이스는 소셜게임에서 한단계 발전한 UGC(유저제네레이션콘텐츠)를 표방하며, 기운차게 서비스를 개시했다. 웹상의 가상공간에서 유저가 아이템을 직접 만들어 자신의 월드를 장식하거나 스크립트로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혁신적인 툴을 제공했다. 라프 코스타는 소셜게임의 디자인이나 비즈니스의 가능성 등에 대해 매우 발전적인 제안을 해온 인물인 터라, 그의 신작에 업계의 높은 관심이 몰렸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메타플레이스는 올해 1월 1일, 1년반 정도의 서비스를 끝으로 쓸쓸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실 메타플레이스는 페이스북이나 세컨드라이프보다 훨씬 혁신적인 유저 지향적 모델이었지만 월정액 10달러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생존 자체가 힘들었던 것 같다.


대박의 성공신화를 언제나 뿜어내는 듯 보이는 게임 산업이지만, 무엇이 정답인지는 도무지 오리무중인 물음표의 들판이 바로 이곳이다.


너무 단순해서 불안해 보였던 징가사의 게임이 성공하고, 천재 라프 코스타의 혁신적 서비스가 실패한다는 건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