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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미디어로의 도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10.03.0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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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대성공을 거둔 ‘아바타’가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인 2004년 3월의 일이다. 천재 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당시에 “아바타 프로젝트는 게임과 영화를 일체화시킬 것”이라는 야심찬 구상을 발표했다. 그는 UBI소프트와 협력해 아바타를 MMORPG로 개발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영화에도 3천억원 가까운 거액을 투자한 초대작이었으니, 게임 개발에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 투여됐을 거라는 짐작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바타와 유사한 초대형 영화+게임 프로젝트가 지난해에도 발표된 적이 있다. 좀비스튜디오가 언리얼엔진3.0으로 개발하는 밀리터리FPS ‘블랙라이트’가 그것이다. 좀비스튜디오는 과거의 인기FPS 게임 스펙옵스, 레인보우식스, 델타포스 시리즈의 개발에 관여한 FPS의 명가이기 때문에 그 기대는 매우 높았다. 블랙라이트의 영화화는 헐리우드의 큰 손 유니온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아바타나 블랙라이트 프로젝트는 과거로부터 게임과 조금씩 깊은 관계를 유지해온 헐리우드의 협력 비즈니스의 진화형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툼레이더나 레지던트 이블처럼 인기 게임을 단순히 영화화하는 단계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형태인 셈이다. 기획 단계부터 영화와 게임, 두 마리 토끼를 함께 키워간다는 심오한 포석이다.


최근 들어서는 헐리우드의 영화배우가 직접 게임 개발사를 차린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분노의 질주, 패시파이어의 주연배우이자 박박 민 헤어스타일로 강한 인상을 내뿜는 ‘빈디젤(Vin Disel)’은 ‘타이곤스튜디오(Tigon Studios)’라는 게임 개발사를 시애틀 근교에 설립했다. 그는 리딕 연대기 시리즈나 휠맨 등의 작품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디지털화해서 등장시키고 있어 게임 업계에서도 꽤 존재감 있는 배우이다. 현재 그는 시크릿서비스라는 게임을 개발중이다. 또 한니발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MMORPG와 영화를 기획중이라고 한다. 영화에서는 스스로 감독과 주연까지 맡을 예정이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 영문판에서 스네이크의 목소리를 연기한 유명 성우 ‘데이비드 헤이터’는 영화 둠스 데이의 프로듀서인 베네딕트 카버와 ‘다크히어로 스튜디오’라는 게임 개발사를 공동 설립했다.


영화계에서 꽤 유명한 감독이나 프로듀서, 배우와 같은 사람들이 영화의 판권 판매뿐 아니라 자신들의 전문 분야가 아닌 게임 개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헐리우드의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미국에서는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을 트랜스미디어(TransMedia)라 부르고 있다.


과거에는 헐리우드의 배우나 감독들이 인기를 얻으면 TV출연이나 미디어의 인터뷰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그렇게 해야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해가고 있다. 헐리우드의 유명 배우가 게임 광고에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게임을 만드는 트랜드미디어의 풍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인기 드라마나 영화를 게임화하는 노력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미 그 방식은 미국의 트랜스미디어 풍조에 비하면 1차원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에게도 기획 단계부터 영화와 게임, 양쪽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도가 필요하다. 물론 어마어마한 자금과 치밀한 기획이 필요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천만 관객을 이끄는 흥행 영화와 수억명의 세계인이 즐기는 온라인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한국이라면, 한번 도전해 볼 수 있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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