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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결백하다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10.03.1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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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과 관련된 사건과 사고들이 유독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에는 20대 청년이 온라인게임 좀 그만하라고 꾸중하는 어머니를 폭행해 숨지게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두고, 대다수의 일반 매체들의 보도 행태는 온라인게임에 중독됐기 때문에 청년이 폭력적으로 변했고, 그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현재로써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폭력적인 게임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과 관련된 연구 발표를 지속적으로 해온 아이오와 주립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크레이그 앤더슨 씨가 최근 다시 한번 같은 결과가 도출된 논문을 발표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언제나 게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크레이그 교수는 미국 게임업계에 있어서는 눈엣가시같은 존재이다.


그는 이번 발표를 위해서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일어났던 13만건의 사건 사례와 그 중 130여건을 집중 분석했다고 한다. 크레이그 교수에 따르면, “연구 방법이나 문화권, 피실험자의 성별, 나이 등에 관계없이 이번에도 폭력적인 게임이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폭력적인 게임은 플레이어의 공격적인 사고(思考), 과장된 태도, 과격한 행동을 부추기고 있을 뿐, 그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의 일원으로써 활동하는 것에는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크레이그 교수는 수차례에 걸친 연구에서 동일한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폭력적 게임의 악영향과 관련된 분석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그는 폭력게임의 사회적 악영향을 기정사실화하고, 앞으로는 어린이들이 건강한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부모들의 마음가짐에 대해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폭력적인 묘사가 있는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공격적인 사고와 행동을 부추긴다는 크레이그 교수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측도 등장했다. 텍사스A&M국제대학의 크리스토퍼 퍼거슨 씨와 존 킬번 씨가 바로 그들이다. 특히 퍼거슨 씨는 게임을 폭력적이라 무조건 매도하는 연구자들에 대해 그들의 연구 방법의 치명적 오류를 언제나 지적해온 인물로 유명하다.


퍼거슨 씨는 크레이그 교수의 분석에는 결함이 있고 연구 사례를 선택하는데 편견을 두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교수가 선택한 폭력적인 게임이라고 하는 것들은 공격적 사고(思考)나 행동과의 연관성이 매우 약하다고 덧붙였다.


킬번 씨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게임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폭력 범죄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언급하고 “지금까지 심리학은 매우 미미한 효과밖에 없는 것을 마치 객관적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연구결과들이 사회에 어처구니 없는 파장을 부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레이그 교수와 퍼거슨 씨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나름대로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하고 있다.


무엇인가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치밀한 근거 논리가 필요하다. 그 근거라는 것은 단순히 학자들의 머리 속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에 수반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게임이 잠재적인 폭력과 살인을 유발한다고 누구나 쉽게 말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입증할 제대로 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게임이 인간을 폭력적으로 만든다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비난만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 학계, 업계가 손잡고 결백함을 보여줘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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